정말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냥,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조용히 스며들었을 뿐이다.
회의 중에도,
사무실을 걸을 때도,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도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사라진다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게 서운하고,
서글펐고,
조금은 편할 것 같았다.
특별히 누가 상처를 준 것도 아니고
명확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지쳐 있었고,
내가 나로 있는 것조차 피곤한 날이었다.
단톡방 알림을 꺼두고,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고,
메신저 창을 슬쩍 닫고 나서야
조금 숨이 쉬어졌다.
아무 말도 안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가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나는
사라지고 싶었다.
완전히가 아니라,
그냥 아주 잠깐,
나만 아는 방식으로.
그래도 결국,
다시 로그인했고,
다시 답장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건 아마,
그만큼 버티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과
‘그래도 해야지’라는 마음 사이에서
나는 또 하루를 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