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피트는 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있었다

by 게으른루틴

며칠 전부터 마음먹고

닌텐도 스위치를 충전해 뒀다.

레그 스트랩과 링콘도 꺼내놓았고,

방 청소도 해놨다.

“오늘은 진짜 운동하자.”

그런 다짐까지 했던 날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을 땐

아직 그 마음이 살아 있었다.

밥을 먹고, 조금만 쉬고 하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조금만”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소파에 앉았다가 누웠고

누웠다가 핸드폰을 봤고

그대로 시간이 훅 지나가 버렸다.


그 사이

몸도 무거워졌고

다시 일어나 링피트를 켜는 일은

더 큰일이 되어 있었다.


괜히 기기 근처를 힐끔 보았다.

준비된 링콘이 눈에 들어왔고,

조금 미안했다.

나보다 운동할 준비가 더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오늘 운동은 하지 못했다.

기기 전원조차 켜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음만큼은 움직였다고 믿고 싶었다.


게으르지만,

내일은 켤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 마음을

몇 번이고 다시 꺼내보는 것도

나름 의미 있다고 믿는다.


오늘은

그 마음까지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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