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호선을 타기위해 역플랫폼에서
가만히 서 있다가 순간 울컥했다.
플랫폼에 서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나처럼 무표정했고, 무기력해 보였다.
누구는 눈을 감고 있고,
누구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누구는 손에 커피를 들고 있다.
익숙한 풍경인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그 풍경이
유난히 슬프게 느껴졌다.
나는 모바일 게임 운영 업무를 맡고 있다.
고객 문의 대응, 공지 작성, 업데이트 일정 조율,
지표 체크, QA, 커뮤니티 모니터링까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바쁘고,
내가 한 일은 대부분 '잘 안 보이는' 일들이다.
문제가 생기지 않게 조율하고,
보이지 않게 돌보는 일.
그래서 더 지치고, 그래서 더 감정이 쌓인다.
아침마다 수원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를 출근한다.
앉을 수 있는 날은 드물고, 대부분은 서서 간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어폰을 꽂아도,
음악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날이 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게임에서 생긴 이슈, 어제 놓친 공지 타이밍,
내가 실수했나 싶어 다시 떠오르는 메시지들.
그리고 그 와중에,
“난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고 있지?”라는
질문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튀어나온다.
평일엔 늘 시간이 부족한데, 감정은 넘쳐난다.
지하철 안에서 괜히 울컥하는 건
아마 그 감정들이 밀린 탓이다.
바쁘다고 눌러두었던 것들이
이동 중에 틈을 타서 올라온다.
그래서 나는 요즘
가끔씩 다이어리를 꺼내 한 줄씩 쓴다.
“오늘은 왜 이렇게 지치지”
“그래도 다시 일어나서 나왔다”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잘한 거다”
그렇게라도 적지 않으면
어디까지가 감정이고
어디까지가 내가 버티는 건지
경계가 사라질 것 같다.
혹시 당신도 출근길에 울컥했던 적이 있다면,
오늘 하루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란다.
우린 아무 일 없게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