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어린이날이 정말 특별했다.
친구들끼리 누가 더 멋진 선물을 받았는지 자랑하고,
평소엔 보기 힘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외식이라도 하면 그날 하루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
어린이날은 그저 달력에 표시된 붉은 글씨일 뿐이었다.
아무 약속이 없는 휴일이 반가우면서도
어딘가 조용한 허전함이 따라붙는 날.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1월에 다녀온 뉴욕의 해리포터 스튜디오가
괜히 자꾸 떠오르는 날이었다.
그날 나는 평소보다 훨씬 많이 웃었다.
수십 장의 편지가 쏟아져 나오는 벽난로,
슬리데린을 상징하는 커다란 뱀을 볼 때,
호그와트의 커다란 독수리 조각상 앞에 섰을 때.
심지어 날으는 빗자루에 앉아 영상을 찍었을 땐,
진짜 마법사라도 된 것처럼 설레고 들떴다.
그때의 나는 어른이었지만,
어린 나도 동시에 살아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설렘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걸 꺼내 보여줄 기회가 줄어드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오늘 같은 날엔 괜히
그런 기억들이 마음을 톡 건드린다.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엄마도 아니고,
아이를 위한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지만
그 시절 내가 좋아하던 것들,
나를 설레게 했던 순간들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다.
그래서 오늘, 나는
그날을 꺼내어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편지를 다시 펼쳐보는 것처럼.
조금은 웃기지만 따뜻하고,
조금은 부끄럽지만 확실히 반짝였던 하루를.
어른인데,
오늘은 조금 설레도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