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게임을 하느라 두 손이 핸드폰에 묶여 있을 때
나는 조용히 다가가 너의 볼에 뽀뽀를 하지.
네가 유튜브를 보느라 나를 바라볼 겨를이 없을 때
나는 너의 눈을 보며 행복하게 미소 짓지.
방에 몰래 들고 들어가
생라면을 와지직 부셔먹는 소리도
나에게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노래
하지만, 가끔...
마음 한 구석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
열세살인 너는 미숙하고
마흔일곱살인 나는 옳아.
엄마인 나는 자식인 너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어.
그 소리가 점점 커져
뭔가 해야한다는 조바심이 되고
이러다 너를 망칠거라는 불안함이 되고
그 감정이 몸으로 연결되면
가슴에 불길이 일고
뒷목이 뻣뻣하게 굳고
미간과 입주변에 힘이 들어가지.
그럼,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에게 이렇게 말해.
'쉬잇! 조용히‘
고요함은
절대 먼저 나서는 법이 없지만,
우리가 듣겠다고 귀 기울이면
기꺼이 나타나
이렇게 속삭여.
…
엄마가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는
그저 사랑하는 것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
아이가 삶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실패할 수 있는 기회와
고통받을 수 있는 용기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
작은 나의 틀 속에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두지 않는 것.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삶에 대한 무지와 혼돈을
대물림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진실해 지는 것.
나는 너보다 오래 살았고
그 만큼 아는 것도 많지.
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사실은
아는 게 많은 만큼 두려움이 커지고,
정작 삶을 빛나게 하는 진짜 소중한 것들은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거야.
그건 바로,
해석하지 않는 마음,
죄책감없는 즐거움,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인정하는 태도,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계산하지 않는 인간 관계,
작은 일에 뛸듯이 기뻐하는 천진함,
지나친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행동하는 단순함.
나에겐 점점 희미해지고,,
네 안엔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생의 정수들….
엄마는 늘 기도할께.
마음의 소음이
고요함의 지혜를 가리지 않기를.
내가 너 보다 낫다는 오만함에 속지 않기를.
촛불을 켜는 마음으로
고요히 너희들을 사랑하기를.
- 엄마, 리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