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못 (무를 잘 알지 못 함)
총각김치, 알타리, 열무김치, 나박김치, 동치미... 뭔가 뭔지
부모님들과 한 동네 사니 김치 떨어질 일이 없다. 이사 오기 전 우리 집 냉장고엔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파는 어머니 맛김치가 유일했는데. 이제 각종 김치로 가득 차 과일 들어갈 자리가 없을 지경이다.
우리 집엔 김치냉장고가 없고, 끼니마다 밥을 챙겨 먹는 것이 아니니 제발 조금씩만 주시라고 해도 "그래도 김치는 있어야지" "뒀다가 찌게 끓여먹으면 되지"라며 기회만 되면 통을 들이미신다.
전라도 사람인 친정엄마는 묵은지, 김장 배추김치, 갓김치, 파김치를 기본으로 세팅해 놓고, 값싸고 좋은 배추나 봄동, 양파 등을 발견하면 통째로 한 망씩 사다가 수시로 겉절이를 담그신다.
서울 한정식집 딸이었던 시어머니는 시원하고 깔끔한 물김치 종류를 좋아하신다. 식구가 적어서 많이 안 드신다며 가끔 불러 한 통씩 싸주시는데, 그때마다 이건 뭐고 저건 뭐고 해 주시는 설명이 귀에 잘 안 들어왔다.
이건 달랑무로 만든 동치미고, 이건 배추랑 갓 섞어서 담근 나박김치. 이건 열무김치. 국물이 시원하니까 국수 비벼 먹어라.
"네? 네~ " 하며 나는 뭐가 뭔지 모르지만 일단 아는 척하고 김치통을 받아 온다. 그리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보이는 대로 꺼내 맛있게 먹는다. 다 먹도록 그게 무슨 김치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다 오늘 아침 '음식을 먹을 땐 음식 만 먹기' 즉, 마인드풀니스를 실천하며 호박죽과 이름 모를 무김치를 먹었다.
Mindful Eating : 음식을 먹을 때 TV나 유튜브, 책을 보지 말고, 딴 생각도 하지 말고, 오직 음식의 모양과 색과 맛과 감촉과 향을 느끼면서 먹는다. 그 집중의 여파가 마음에 영향을 주어, 과식을 덜 하게 되고, 건강하게 먹게 되고, 삶이 정갈하고 단정해진다.
단호박과 밤을 삶아서 으깬 뒤 물을 살짝만 넣고 뭉근하게 끓인 달콤한 밤호박죽. "아, 호박죽 맛있다." 하고 무김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하얀 무 안쪽에 숨은 파르스름한 빛깔처럼 시원함 뒤에 느껴지는 달콤하고 알싸한 맛. "아, 열무김치 맛있다."
근데, 이게 열무김치가 맞나?
알타리 김치인가? 그럼 총각김치는 뭐야? 어머니는 달랑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남편에게 아냐고 물어보니, 다 같은 김치인데, 지역마다 다르게 부르는 거란다.
"확실해?"
"아니"
그렇게 마인드풀 이팅은 3분 만에 막을 내리고, 나는 생전 관심 없던 무김치 종류에 궁금증이 일어 네이버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나와 비슷한 '무알못' 동지들을 위해 간단히 정리를 해 본다.
열무
어린 무. 무 부분은 꼬리만 하고 주로 잎을 사용함. 고춧가루를 넣어 국물을 자작하게 김치를 담근 후 냉면이나 국수를 말아먹으면 좋다.
총각무, 알타리, 달랑무
다 같은 거. 작고 길쭉한 무 부분과 잎을 함께 써서 김치를 담근다. 알타리무는 순우리말인데, 표준어는 한자어 계열인 총각무다. (이해가 안 가는 표준어 규정) 달랑무는 사투리라고 하는데 어느 지역 사투리인지 모르겠다. 우리 시어머니는 서울 토박이신데 달랑무라고 하신다.
나박김치
무를 네모로 잘라 물을 부어 만든 물김치. 쪽파, 양파와 배 등의 과일을 넣어 달짝지근하게 만들어 금세 먹어 치우는 겉절이 같은 물김치다.
사진출처 : 최양락 팽현숙의 나박김치동치미
시원하게 저장해두고 오래 먹는 물김치. 무와 대파, 고추 등을 사용해서 담근다. 무 동치미, 알타리 동치미 등이 있다.
조사 결과 오늘 아침 내가 먹은 것은 열무가 아니라 총각김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알타리김치, 달랑무김치라고 해도 무방함)
- 리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