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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희 Jun 28. 2020

너희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

poem


엄마는 말이야,
다 쓰고 죽을 만큼만 돈을 벌 꺼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랬듯이  
엄마도 너희에게
땡전 한 푼 물려주지 않을 거야.

대신
온 마음을 다해서
너희들을
어른으로 키울게.

인생에서 꼭 겪어야 하는 고통,
이를테면
실패, 좌절, 외로움, 분노, 두려움
같은 감정들을 충분히 겪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부모가 될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아들들
창밖 너머 재잘재잘 놀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듯이 행복한데...

솔직히 말이지,

엄마는

너희들이 살면서

어떤 고통도 느끼지 않도록

졸졸 따라다니며

다 막아주고 싶어.

아무 일 없이 놀고 있는

너희들을 보며

걱정이 끝도 없지.

까불다 넘어지진 않을까?
나무에 가시가 있을 텐데....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는 군.

잔소리를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하지만


꾹 참고,

다짐을 해.


믿고 기다리고 바라보는
엄마가 되자.
너희들이 단단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게
충분히 겪고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엄마가 되자.

어느 책에 선가 읽었는데
사람이 죽을 때까지 겪을 고생은 정해져 있대.
어린 시절에 너무 고생 없이 크면
커서 고생을 많이 한대.

고통에 단련되지 않은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 더 쉽게 좌절하고
더 많이 고통을 느낀다는 뜻일 거야.

엄마가 살아보니까 말이야,
똑같은 일을 겪어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것이 고통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해.

모든 경험을 약으로 받아들이고
의연하고 당차게 살아가는
어른이 되도록
그래서 아빠 엄마에게
쉽게 손 벌리지 않는
아들들이 되도록

엄마가 최선을 다해

멀찌감치 떨어져있을께.

입을 꽉 다물고  

그냥 너희를
바라볼게.


- 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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