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희 Jul 05. 2020

식기세척기

제가 뭘 잘 못 알고 있는 걸까요?

대부분의 호주 가정집엔 식기 세척기가 있다.

우리 집에도 식기 세척기가 있다.


세탁기가 처음 나왔을 때, "손으로 해야 개운하지!" 하며 굳이 손빨래를 고집하던 어르신처럼 되고 싶지는 않아서, 웬만하면 잘 사용해보려 했지만


그릇 정리해서 넣는 데 5분, 세척 및 건조시간 70분, 다 된 그릇을 선반에 정리하는데 5분.

15분이면 뚝딱 할 설거지를 이렇게 까지 할 일인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서구식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만들어진 기계라면 서구식 설거지 방식을 차용했을 테고, 그렇다면 헹구는 기능 없이 비누 거품 상태에서 바로 건조되는 거 아니야? 하는 합리적인 의심 또한 좀 처럼 가시지 않는다.


마침 우리 집엔 설거지를 잘하는 남편이 있었기에 식기세척기의 용도는 설거지 건조대에 자리가 부족할 때 잠깐 냄비를 말릴 때뿐이었는데, 나 혼자 아이들 삼시 세 끼를 챙기는 기간이 장기화되다 보니 어떻게든 식기 세척기를 사용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설거지는 하루에 한 번.


밥을 먹고 나면 플라스틱과 나무로 된 식기를 제외한 모든 그릇과 식기는 물에 한 번 헹궈 세척기에 넣고, 저녁에 한번 싸악 돌리는 걸로.


아이들에게 차곡차곡 넣으라고 가르쳐 보았지만, 하루 설거지를 모두 함께 돌리려면 어차피 꺼내 다시 차곡차곡 정리해야 하기에 그냥 처음부터 내가 한다.


찌꺼기가 함께 들어가면 잘 안 닦이거나 하수구가 막힐까 봐 물과 솔을 사용해 그릇을 한 번씩 헹구고,

그릇이 겹치지 않으면서도 많이 들어갈 수 있는 위치를 찾아 이리저리 그릇을 옮기고...

그러다 보면,


이게 과연 생활에 편리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일까?

의문이 깊어만 간다.


굳이 솔로 닦아서 넣을 필요가 없는 걸까? 싶어 스파게티 접시를 대강 찌꺼기만 버리고 넣어봤더니... 역시나 안 닦인 부분이.


간혹 식기 세척기 없이는 못 산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제가 뭘 잘 못하고 있는 건가요? 이게 정말 편리하라고 만든 기계가 많는거죠?



- 리즈 -


매거진의 이전글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