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뭘 잘 못 알고 있는 걸까요?
대부분의 호주 가정집엔 식기 세척기가 있다.
우리 집에도 식기 세척기가 있다.
세탁기가 처음 나왔을 때, "손으로 해야 개운하지!" 하며 굳이 손빨래를 고집하던 어르신처럼 되고 싶지는 않아서, 웬만하면 잘 사용해보려 했지만
그릇 정리해서 넣는 데 5분, 세척 및 건조시간 70분, 다 된 그릇을 선반에 정리하는데 5분.
15분이면 뚝딱 할 설거지를 이렇게 까지 할 일인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서구식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만들어진 기계라면 서구식 설거지 방식을 차용했을 테고, 그렇다면 헹구는 기능 없이 비누 거품 상태에서 바로 건조되는 거 아니야? 하는 합리적인 의심 또한 좀 처럼 가시지 않는다.
마침 우리 집엔 설거지를 잘하는 남편이 있었기에 식기세척기의 용도는 설거지 건조대에 자리가 부족할 때 잠깐 냄비를 말릴 때뿐이었는데, 나 혼자 아이들 삼시 세 끼를 챙기는 기간이 장기화되다 보니 어떻게든 식기 세척기를 사용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설거지는 하루에 한 번.
밥을 먹고 나면 플라스틱과 나무로 된 식기를 제외한 모든 그릇과 식기는 물에 한 번 헹궈 세척기에 넣고, 저녁에 한번 싸악 돌리는 걸로.
아이들에게 차곡차곡 넣으라고 가르쳐 보았지만, 하루 설거지를 모두 함께 돌리려면 어차피 꺼내 다시 차곡차곡 정리해야 하기에 그냥 처음부터 내가 한다.
찌꺼기가 함께 들어가면 잘 안 닦이거나 하수구가 막힐까 봐 물과 솔을 사용해 그릇을 한 번씩 헹구고,
그릇이 겹치지 않으면서도 많이 들어갈 수 있는 위치를 찾아 이리저리 그릇을 옮기고...
그러다 보면,
이게 과연 생활에 편리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일까?
의문이 깊어만 간다.
간혹 식기 세척기 없이는 못 산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제가 뭘 잘 못하고 있는 건가요? 이게 정말 편리하라고 만든 기계가 많는거죠?
- 리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