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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희 Jul 13. 2020

대강 살고 싶다.

너무 열심히 살지마. 그냥 대강대강 사는 거야.



아침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들은 한 마디가 하루 종일 머리에 맴돈다.


“한국 사람들은 너무 잘하려고 해서 탈이야. 자기 자신을 달달 볶느라고 정신병 걸린 사람이 너무 많아.”






호주에 살다 보면 이 나라 사람들의 느린 일처리에 열불이 날 때가 한두 번 아니다.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서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님 한 사람 한 사람과 (어쩔 땐 동료들과) 수다를 떨고, 절대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않는다.


신기한 건 그래도 컴플레인하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보지 못 했다는 거.


대부분의 행사나 파티도 늘 기대보다 소박해서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골드코스트 사람들은 (시골이라 그런지)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즐거워한다.


식당에서 아무리 오래 기다렸어도 직원이 와서 오더를 받기 전에 손을 들거나 “여기요” 부르는 사람이 없다. 식당 테이블에 종업원을 부를 수 있는 벨이 있는 건 한국 식당들 뿐이다.


언젠가 버스가 고장나서 승객 전원이 다음 버스를 20분 정도 기다려야 할 일이 있었다. 그렇게 무료한 상황에는 보통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게 되지 않는가? 여기는 그런 상황에도 그냥 창밖을 보거나 멀뚱멀뚱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다.


기다림에 익숙하고,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않고, 5시만 되면 약속이나 한 듯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호주 사람들.


한국에 비하면 너무나 설렁설렁 사는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은 무슨 복을 받아 이렇게 시간적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는 걸까?


신속하고 정확한 고객 만족 서비스는 결국 근로자의 노동강도와 비례한다. 당일 총알배송, 몇천 원이면 달려오는 심부름 서비스, 24시간 고객센터 같은 것들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지만, 결국 우리 모두를 무한 속도 경쟁 속으로 끌어들여, 전체적인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남들 다 일하는데 나만 놀 수 없으니까. 남들 다 공부하는데 나만 뒤쳐지면 안 되니까.


시간을 쪼개 열심히 살지 않으면 낙오자 취급을 받는 사회에서 온 나는, 호주 사람들의 엉성하고 느린 삶이 답답하게 느껴지면서도.....


사실


부럽다.

너무나 부럽다.


열심히 산다고,

다 잘 사는 것도 아닌데.


대강 되는대로 살자.

그렇게 다짐하면서,


오늘도 나는 이렇게

열렬히

빼곡하게

동시다발적으로

업무와 글쓰기와 살림을 병행하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토요일 오후 6시. 호주의 대형 쇼핑몰 전경. (평일은 다섯 시에, 일요일은 네시에 문을 닫습니다.)

- 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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