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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희 Aug 15. 2021

행복해지는 법

요즘은 길을 걸을 때 앞만 보며 득달같이 걷는 대신 발길을 멈추게 하는 장면을 만나면 잠시 서서 바라본다.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를 듣지 않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갤 때도 유튜브를 보면서 정신을 팔거나 후딱 해치우려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 정성을 다해 뽀득뽀득 닦고, 손으로 톡톡 어루만져 차곡차곡 개킨다. 세수를 할 때 거품을 충분히 내어 힘이 가장 안 들어가는 중지와 약지로 살에 닿을 듯 말 듯 닦고, 손의 마찰이 아닌 물의 마찰을 사용해 찬찬히 거품을 헹궈낸다.


무언가를 할 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조바심이 생기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고 귀찮아진다.


그러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 없이 그야말로 지금 이 순간에 충분히 몰입해 있을 때면, 늘 울컥 눈물이 솟을 정도로 찬란한 행복감을 느낀다.


차를 끓이기 위해 물이 끓는 소리를 듣는 것도, 단정하게 개킨 속옷을 차곡차곡 서랍에 넣는 순간도, 운전 중 신호대기를 하며 쳐다보는 하늘의 구름도 가슴이 벅찰만큼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실제가 아닌, 생각 속에서만 존재하는 허상이다.

진짜인 것은 오직

지. 금. 이. 순. 간. 

내 발에 닿는 한걸음



- 걷는, 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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