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라고 생각하면 손해, 이익이라고 생각하면 이익이다.
예전에 결혼식 때 입었던 한복을 65만 원에 사서 한두 번 입고 2년 후에 10만 원에 팔았는데, 우리가 한복 팔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중고거래를 잘하시는 지인은 25만 원에 구매해서 3-4년이 지난 한복을 15만 원에 팔았다고 했다. 그 이야길 듣고 남편과 나는 역시 우린 장사는 안 되겠다 생각했다. 우리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팔아서 빨리 팔자'가 우리의 모토였는데 남들은 2만 원에 파는데 우리는 만 오천 원에 팔면 그 오천 원으로 붕어빵이라도 더 사 먹을 수 있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드니 예전처럼 쿨하게 싸게 내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시세보다 싸게 팔면 보통 처음 말을 건 사람이 바로 사가니 더 이상 물건이 팔리기 전까지의 감정 소비와 시간 소비를 안 하게 되어 그게 돈을 버는 거다란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눈앞에 보이는 돈을 따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바로 안 팔리면 안 쓰는 물건 갖고 있어서 뭐하나란 생각에 다시 저렴하게 판매를 했다가 마음이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모든 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나는 중고거래를 하면서 네고해본 적이 없다. 판매자가 측정한 가격을 존중한다. 가격과 컨디션이 맞지 않으면 맞는 물건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하지만 나에게 깎아달라고 하면 천 원이라도 깎아주려고 한다. 내가 고심해서 정한 가격을 흔드는 게 기분은 나쁘지만 얼마 되지 않는 가격에 싫은 소리 하고 싶지 않고 이왕 판매하기로 한 물건이 기분 좋게 다른 사람에게 가길 바라는 맘에 최대한 맞춰주려 한다. 그리고 바로 판매하는 게 나의 시간과 마음을 덜 쓰는 것이기에 웬만하면 판매한다.
그런데 가끔 터무니없이 깎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5만 원에 올린 스캐너를 3만 원에 이야기하는 사람(얼마 쓰지 않은 정말 깨끗한 스캐너였다), 아이 장난감 수납장을 올렸는데 서랍만 달라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에 기분이 상하기도 하는데 그럴 땐 “죄송합니다.”라고 대응한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대화 매너도 부족한지 바로 대화방에서 사라져 버린다. 좋은 물건은 사고 싶은데 제 가격에 사려하지 않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어 얄밉다.
남편과 나는 중고물품을 구매하고 하자가 좀 있더라도 컴플레인 같은 건 해본 적이 없다. 둘 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하는 걸 꺼려해서 거래할 때 더 자세히 살펴보지 못한 자신을 탓한다. 레고를 샀는데 하얀 스티커가 누레져 있을 만큼 담배냄새가 절어있고, 캠핑 테이블을 미사용이라고 해서 샀는데 상판이 휘어있었고, 해외배송밖에 안 되는 아이 장난감을 샀는데 안쪽이 깨져서 사포로 간 흔적이 있었다(쓰여있기론 새것 같은 컨디션이었다) 그 외 에도 많지만, 몇 번 기분이 상하고는 중고는 잠깐 써야 하는데 꼭 필요한 것을 사고 새것을 사려고 한다. 오늘도 아이 책을 사려고 하니 당근에 나와 있는 책이랑 새 책이랑 크게 가격 차이는 나지 않았지만 새책 같은 컨디션이라고 해서 구입했다. 새책 같지만, 약간의 찍힘이 있었는데 넘어갔다. '그냥 새것을 살걸 그랬나? 별 차이 안 났었는데..'라며 머릿속으로 갈등을 일으켰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가까운 곳에서 빠르게 구입한 거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