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전에는 뭐였지?
'엄마가 태어났습니다. 나와 함께'
그림책의 앞장엔 아기와 조리 원복을 입고 있는 듯한 엄마와 나란히 누워 있다.
아이가 이상하다는 듯 나에게 물었다.
'엄마, 왜 엄마가 태어나?'
"응,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어. 아기가 태어나면서 엄마가 되었거든. 그래서 책에 엄마도 아기와 같이 태어났다고 얘기하는 거야. "
"그럼, 그전엔 뭐였는데?"
"음.. 아가씨? 아니지, 결혼했으니 엄마가 아닌 여자?"
아이에겐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태어나고부터 엄마는 그냥 '엄마' 였으니, 다른 생각은 안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그 책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그러고 이내, 등교 준비를 하느라 대화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권정민 작가의 '엄마 도감'이란 책은 아기의 시점으로 엄마를 기록한 그림책이다. 잠을 못 자서 항상 퀭하고, 서서 밥을 먹고, 화장실도 혼자 못 가고, 아이 택배는 매일 집으로 오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나는 초등학생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기 엄마의 모습은 누구나 그랬다.
아이가 생기고, 낳고 기르면서 여자는 많은 생활이 바뀌고 철저히 아이 위주의 생활을 한다. 남자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이를 열 달 동안 배속에 품고 있다가 나온 아이는 존재감이 너무나 커서 여자는 아이를 낳고 달라진 몸도 돌볼 겨를 없이 나보다 우선순위의 생명체를 돌보기 위한 몸과 마음 가짐으로 새로운 삶에 빠르게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서서히 엄마라는 이름이 몸 깊숙이 베여 버린다. 밖에서 누가 '엄마~ '하고 부르면,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된다. 나 또한, 내가 엄마로 태어난 사람처럼 그렇게 바뀌고 있었다. 지금은 아이가 없는 삶을 상상도 못 하지만, 예전엔 아이가 있는 삶을 상상도 못 했다. 이제는 엄마라는 이름을 어느 정도는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엄마로서 버겁고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긴 하지만, 초보 엄마 때보다는 조금은 숙련된? 초등학생 2학년이 되는 엄마의 모습으로 잘 헤쳐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