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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니 보이는 것

다시 하면 알까?

by 레이지살롱

오늘 회사 동생 아가, 겨우 100일 넘은 아기를 보고 와서 그림일기를 그리고 있는데 인생 9년 차 아이가 옆에서 보고 이야기해줬다. “엄마 애들이 우는 이유가 뭔 줄 알아? 아이가 짜증 내며 울면 배고픈 거고, 아픈 듯 울면 똥 싼 거고, 졸린 듯 울면 졸린 거야” "와. 너 대단하다."


"엄마는 너 어릴 때 몰랐는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니?"라고 묻고 싶었다. 나는 아이가 아기 때는 울면 무조건 먹였던 것 같다. 지나고 보니 너무 먹였다. 왜 이렇게 잘 토할까 했는데 이유는 너무 많이 먹인 것이었다. 당연한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우리 아이 아기 땐 조금만 울어도 안절부절못했는데, 친구 아기라 그런지,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우는 게 너무 귀여웠다. 울기전 시동이 걸리는데 입술이 들썩들썩하다가 입술 모양이 점점 'ㅅ'모양이 되어 '으아앙-'하고 터지는 게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너무 가벼워서 한참이라도 안고 있을 수 있는 것 같은 기분은 지금 너무 커버린 아이와 비교되어서겠지.


아침에 아이가 조금만 귀찮게 해도 여유 없는 모습을 보였던 엄마였는데, 조그마한 아기 앞에서 까꿍도 해주고 여유로운 이모가 된 순간 9년 차 형아가 생각이 나서 미안해졌다. 우리 아이도 지나고 나면 또 어린아이인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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