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이 나게
요즘 내가 부러워하는 2-30대의 유투버들을 보면 취향이 명확한 사람들이다. 가지고 있는 소품, 사는 집, 작업실 등 본인의 공간과 지니고 있는 것들이 모두 이유가 있다. 유투버가 없을 때는 개인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취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람들, 책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며 열광했던 것 같은데 그때는 부러운 마음밖에 없었다.
취향이란 단어를 찾아보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고 한다. 뭔가 고급 취향, 독특한 취향 이란 말만 써봤지 뜻을 제대로 생각해본적이 없다. 취향은 개성이 강한 사람들에게 있어 보이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뜻을 알게 되니 누구에게든 적용할 수 있는 단어였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내가 부러워했던 사람들은 본인의 취향을 명확하게 알고 남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러한 취향을 알게 되기까지 끊임없이 자기에 대해 질문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겪은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나는 누군가가 취향해 대해 물어봤을 때 당황하고 항상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의 마음이 가는 방향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왜 남의 취향만 부러워하고 있었던 것일까. 누군가 커피에 조예가 있어 보이는 사람을 보면 부러웠고, 빈티지에 대해 잘 알고 그것만 모으는 사람도 부러웠다. 하지만 내가 막상 빈티지 가구를 사려고 보면 어떤 게 좋은지 몰랐다. 큐레이팅이 잘 된 곳에 빈티지 샵에 가면 다 좋아 보이지만 시장가서는 괜찮은 빈티지 제품을 찾는 눈이 없는 것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 보면 부러워했는데 글을 막상 써보진 않았다. 나와는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해보고 시도조차 하지 못했었다. 나의 취향은 어디를 향해가고 있을까를 찾으면서 조금씩 알게 된다. 글을 쓰다 보니 나도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빈티지 가구를 좋아하긴 하지만 제대로 알려면 많이 보고 공부를 해야 하는구나. 가만히 부러워만 하면 알지 못했던 것이다.
커피도 처음엔 씁쓸한 커피, 고소한 커피, 신커피 등의 맛이 다양하다는 걸 알지 못했다. 계속 마시다 보니, 어떤 커피는 맛있게 느껴지고 어떤 커피는 맛없게 느껴졌다. 그 다양한 맛 중에 나는 고소한 커피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20대는 커피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카페는 사람들하고 만나서 이야기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간다. 그래서 예쁜 카페도 좋아하지만 커피를 진심으로 대하는 커피숍을 가고 싶어 한다. 관심 있는 분야를 계속 파 봐야 진짜 좋아하는 것인지, 좋아 보이는 것인지 알게 되는 것 같다. 40대가 되어야 나의 취향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언젠가 5-60대가 되어서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재미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커피도 20대부터 마셨지만 30대가 되어서야 내가 좋아하는 맛을 알게 된 것처럼 지금부터 알아가야 나의 5-60대에 더 풍미 있게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밀라 논나' 나 '윤여정 배우'를 보며 나도 저렇게 멋있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도 영향을 미친것 같다. 나도 6-70대가 되어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냥 할머니가 아닌 나만의 취향이 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