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 심심해
평일 밤 자러 가기 전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10분만~ 5분만~"을 외치며 그림도 그리고 종이도 접고 책도 만들고 하는 아이인데 그 하고 싶던걸 주말에 여유롭게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주말만 되면 방바닥을 기어 다니기 여념이 없다. "너 어젯밤에 하고 싶었던 거 있었잖아~ 그거 해~"라고 하면 "지금은 하기 싫어~ 심심해~" 하면서 놀아주길 원한다. 시간이 많아서 오히려 그 시간을 사용하는 게 힘든 걸까, 누군가 놀아주기만을 기대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
그럴 때마다 외동이라 미안한 맘이 들기도 하면서, 혼자 잘 놀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남편과 함께 셋이 시간을 정해서 보드게임을 함께 하기도 하고 도서관을 같이 다녀오기도 하는데 집중해서 볼만한 책을 찾지 못했다. 아이는 내내 엄마 아빠와 놀고 싶어서 매달린다. 오전, 오후 TV 시청 시간 외에는 주체적으로 놀이를 못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 그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걸 찾아서 쥐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심심한 걸 견디다 보면 스스로 찾지 않을까 하고 기다려본다. 너무 미디어에 의존하게 두고 싶지 않다. 한동안은 책 만드는데 빠져서 내내 종이를 접고 잘라서 책 만들고 이야기를 그리느라 집중했는데, 요즘은 재밌는 걸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지난 주말엔 내내 기어 다니느라 나무늘보 같은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무언가 하고 싶게끔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