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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하는 등굣길

엄마는 멀리 안 나갈게-

by 레이지살롱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엄마와 함께 등교한다. 학교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초등학교라 혼자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제일 멀리 떨어져 있는 동에 살고 있고 중간에 찻길도 건너야 하니 불안하기도 하고 아이도 혼자는 무서워해서 1학년부터 이모님과 내가 꼭 등교시켰다. 그런데 2학년이 되니 슬 분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있지만 아이는 혼자 가려는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혼자 등교하는 가운데, 아이와 비슷한 성향의 아이들이 2학년인데도 아직 엄마랑 가는 친구들이 있다.


아이와 1학년, 2학년도 같은 반이 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도 엄마 껌딱지에 무서움을 많이 타는 아이라고 하는데 며칠 전에 그 친구를 등굣길에 만났다. 우리 동에서 찻길을 건너 조금 내려간 동에 사는 아인데 등굣길에 보자마자 너무 반가웠다. 그 집 엄마도 등교 분리를 고심하던 차에 우리 아이를 만나니 반가운 눈치였다. 그 친구는 혼자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무서워해서 같이 내려가야 한다고 하니 우리가 1층 사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었으면 나도 아이 혼자 놀이터 보낼 때 엘리베이터 같이 타고 1층까지 데려다줘야 했을 것이다.


한번 그 아이와 만나고 나선 아이는 그 친구가 나오는 동 출입구를 보며 '아 ~ 친구 만났으면 좋겠다~' 하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래서 이때다 싶어서 "학교 가면~ 그 친구랑 시간 약속을 정해. 그래서 아침에 만나서 가면 되잖아" 하고 이야기해줬는데, 어제 드디어 시간 약속 정했다고 한다. '드디어 자유다~'를 속으로 외치며, 놀이터에서 만난 그 아이와 엄마를 보고 다시 한번 아침에 만날 것을 확인을 했다.


두둥. 대망의 오늘 아침, 아이는 하필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해서 조금 늦게 나왔는데 부랴부랴 뛰어갔더니 그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를 보곤 바로 달려가는 아이를 보니 흐뭇했다. 오늘의 등교 에스코트는 짧게 끝내고 그 아이 엄마와 나는 흡족해하며 헤어졌다. 아직도 등교 분리까지는 멀어 보이지만, 친구로 인해 한걸음 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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