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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Jun 08. 2022

포켓몬빵

이노무 포켓몬!

포켓몬 카드, 포켓몬 딱지에 이어 이번엔 포켓몬 빵이다. 유행한 지 꽤 되었지만 아이는 포켓몬빵을 모르고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는데 학교 친구들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들에게 띠부실을 얻어 오더니 그것의 존재가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엄마, 누구는 당근에서 포켓몬빵 샀데~', '엄마~ 유튜브에 누가 먹었는데 엄청 맛있데~'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결국은 '아, 나도 하나만 먹어 보고 싶다', '엄마~ 우리도 당근에서 사면 안돼?' '딱하나 만~'이라며 조르기 시작했다.


당근을 검색해보니 개당 4000원의 가격이 형성되어있었다. 1500원짜리 빵을 두배 이상 주고 사는 것도 싫지만,  사람에게 채팅을 걸어서  동네까지 가서 사기엔 왠지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조르는 아이에게 '기다려봐~ 언젠가 기회가 생기겠지'라고 이야기하고  카페에 '포켓몬빵' 알람을 걸어놓았다. 가끔 어느 마트에 있다는 정보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기다렸는데 우리  근처는 나오지 않았고, 어디 대형마트에서  서고 있다는 후기만 올라올 뿐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배달앱에서 15000원 이상 무료 배달로 1인 한정 하나 구매할 수 있는 정보가 떴다. 오후 시간이었는데 재고가 있어서 라면과 생필품 같은걸 함께 주문했다. 어쩌면 15000원짜리 인질이긴 했지만 그래도 필요한 걸 살 수 있어서 이 정도까지는 한번 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놀이터에서 아이가 놀고 있다가 주문하고 '이제 집에 가자~'하고 데리고 가는데 안 가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집에 가면 좋은 게 있을 거야~'라고 했더니 순순히 따라 나왔다.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아이에게 '포켓몬 빵이야~' 했더니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좋아했다. 어떤 선물을 줘도 눈물 흘리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포켓몬 빵 하나에 눈물이라니. 아이 딴엔 못 먹을 거라 생각했던 빵을 얻게 되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보다. 띠 부실을 뜯을 땐 '엄마가 먼저 뜯고 보여줘~'라며 눈을 감고 처음엔 보지도 않았다. 이렇게 설렐 일인가 싶지만 신나 하는 아이를 보니 기꺼이 장단을 맞춰 주었다. 마케팅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그런 게 다 무슨 상관인가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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