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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Jun 11. 2022

그린 마더스 클럽에 대하여

드라마 아닌 그냥 나의 녹색어머니 활동에 관한 이야기

아이 학교에서는 녹색 어머니회를 저학년 학부모가, 학부모폴리스 활동을 고학년 학부모가 돌아가면서 한다. 전교생 열외 없이 일 년에 한 번씩 순번이 돌아간다. 아이 학부모가 되기 전엔 맘 카페에 가끔씩 올라오는 녹색 어머니 대신해주는 알바를 보며 학부모에게 짐을 지워 주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또 어떤 사람은 부모로서 아이들 등굣길에 교통 지도하는 게 안심되는 일이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1년에 한 번이지만 부담되는 일인 게 사실이며 녹색 부모가 아니라 녹색어머니회라는 이름에서 반감이 생기긴 했었다. 하는 일은 누구나 짐작하듯이 아이 학교 근처 신호등에서 교통 지도하는 것인데 예전부터 엄마가 아이를 케어하다 보니 이름을 그렇게 붙였겠지만, 요즘은 아빠들이 활동하고 있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시대에 맞게 이름도 좀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아이 학교 정문, 후문 중심으로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신호등에 4명의 엄마들이 배치된다. 8시 20분부터 9시 까지라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이다.


하지만 작년에 아이 입학시키고 첫회라 엄청 부담스러웠다. 아이를 학교 보낸  얼마 되지 않았는데 녹색 어머니라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지나가며 다른 엄마들이 하는  보긴 했지만 막상  차례가 다가오니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옷을 입고 해야 하는지, 모자를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걱정이 되었었다. 막상 가보니 체크하는 일지가 있고 깃발, 조끼, 선캡이 있는데 선캡은 본인 모자를 쓴 사람은 자기 걸 쓰고 해도 된다. 어려울게 별로 없었다. 회사에는 녹색어머니 때문에 조금 늦게 출근한다고 미리 이야기해놓고 아침에 녹색어머니 활동을 하고 출근했다. 다행히 일이 바쁘지 않던 시기라 팀장에게 크게 눈치 보이진 않았지만, 결혼  하고 아이가 없는 팀원들에게는 아이 때문에 늦게 출근한다는  조금 눈치가 보였다. 작년 에는 아이 등하교 이모님이 계셔서 내가 활동하는 동안 이모님이 아이 준비시키고 등교시키셨는데 아이도 엄마가 녹색어머니 한다는  신기한지 평소 등교시간보다 10 일찍 나와서  옆에 있다가 등교했다.


올해는 아이 등교시간보다 내가 빨리 나와야 해서 일찍 출근하던 남편이 조금 늦게 출근하며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만 일찍 나와 활동을 했다. 작년처럼 긴장되는 것은 없는데 신호등에서 교통지도를 하다 보니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는데도 뛰지 않는 사람들(보통은 어른들)때문에 깃발을 계속 열어놔야 할지 신호에 맞게 닫아야 하나 운전자들 눈치도 보였다. 그래도 보행자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느낌으로 그분들 건너오실 때까지 서서히 깃발을 닫았다. 아이 학교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초등학교라 우리 아파트와 건너편 아파트 딱 두 아파트에서만 학생들이 배치된다. 학교 후문이 아파트와 연결되어있어서 거기가 거의 주 출입구이고 건너편 아파트 아이들은 8차선 도로를 건너면 바로 학교인데 우리 아파트 아이들보다 현저하게 적다. 녹색어머니 활동을 하다 보니 후문 앞 건널목은 아파트 내에 출근하는 차량이 외부로 나가는 쪽이라 관리소에서 나와서 지도를 하지만 신호등이 아니라 양쪽에서 관리소 직원과 녹색어머니가 함께 해줘야 통제가 되는 것 같아서 녹색어머니가 필요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다른 쪽은 8차선 도로라 신호등이 바뀌지 않았을 때는 건널 수도 없고 건너는 시도를 하는 사람조차 없어서 녹색 어머니가 굳이 필요한가의 의구심이 들었다.


예전 기사에 학교 앞 교통지도 활동을 학부모에게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기사를 찾을 수 없다. 아이 엄마가 되고 보니 녹색어머니들이 없어지면 아이들 교통지도는 누가 하지?라는 생각도 들긴 했다. 학교에서 교통지도를 위한 전문인력을 추가해서 학교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지 아이는 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지 어떤 게 올바는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올해도 활동이 끝나니 개운하다. 더운 날, 추운 날, 비 오는 날 걸리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그런 날 걸려서 활동하시는 어머님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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