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떠올릴 때 그 사람의 옷차림, 머리 스타일, 그 사람이 평소 쓰는 말투, 행동, 직업 등으로 그 사람의 분위기가 나타난다. 며칠 전 디자인 관련 강연에서 책 표지 디자이너가 자신이 책 표지를 디자인하는 방식에 관해 들려줬다. '사람들이 책 표지로 나오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을 갖고 그 사람의 분위기를 생각하며 디자인한다고 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한 사람을 떠올려 봤는데 그 사람은 화려한 색상의 옷을 즐겨 입으며 명품 가방을 메고 목소리가 큰 편이며, 일하는 여성이다. 미루어 짐작하기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적극적인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그분을 책 표지로 만든다면 화려한 색상을 사용하고 글씨 폰트도 두껍고 크게 디자인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때 미니멀리즘으로 유명한 곤도 마리에가 `설레지 않는 것은 버려라.`라며 정리하는 방법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나는 그때 미니멀리즘을 접하면서 내 주변에 설레는 것 위주로 남기기 시작했다. 나랑 어울리지 않는 것들은 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바꾸어 갔다. 하나씩 서서히 바꾸다 보니 내가 공들여 선택한 것들에
의해 취향이 나타나고 나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나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역시 나의 취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를 책 표지로 디자인한다면 어떻게 디자인 할 수 있을까. 나는 편한 스타일을 추구해서 쪼이거나 불편한 옷을 입지 않는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해서 소재도 면, 린넨을 좋아한다. 단화를 좋아하고 머리도 묶일 정도의 스타일을 유지하는데 숱이 많고 머리 손질에 부지런하지 못해 묶는 게 깔끔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물건은 예전엔 합리적인 가격 위주로 구매하는 편이었지만 취향에 대해 고민하고부터는 브랜드 철학이 있는 제품들을 구매하려고 노력한다. 나의 책표지는 심플한 사진에 자연스럽게 손글씨로 제목을 적어 표지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