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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Oct 21. 2023

나도 자전거 잘 타고 싶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네 살 많은 친오빠가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줬다. 집에 자전거가 없었는데 어디선가 내 몸집에 맞지 않은 큰 자전거를 빌려와 집 앞 공터에서 한나절 정도 연습시켰다. 큰 자전거를 타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나를 가르쳐주기 위해 빌려온 거라 무서워하며 익혔다. 뒤에서 잡아 주던 손을 놓아도 겨우 탈 정도가 된 후 그 자전거는 다시 주인에게 돌아갔다. 그 뒤로 성인이 될 때까지 자전거를 탈 기회가 없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떠난 유럽 배낭여행에서 자전거를 타야 할 일이 생겼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자전거를 타야 시내 관광하기 좋다고 하기에 같이 가는 일행들이 자전거 일정을 넣었다. 자전거에 자신 없던 날 위해 친구들은 여행전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특훈을 시켜주었다. 평일 낮, 사람없이 한적한 공간에서 타니 생각보다 잘 타서 1시간만에 연습을 끝냈다. 자신은 없지만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암스테르담 시내의 자전거길은 꽤 잘 되어있었고 생각보다 잘 타고 다녔다. 성공적으로 자전거를 잘 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후로 자전거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졌다. 라이더와 보행자가 뒤섞인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을 때 선두로 치고 나가야 할 때의 긴장감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자전거 평생 안 타고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되진 않지만 자전거를 탈 기회는 생각보다 여러 번 찾아왔다. 얼마

전 가족과 공원에 가니 공원에 서울시 대여 자전거인 ‘따릉이’가 많이 있었다. 아이와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공원 한바퀴를 돌며 재밌어했는데 나는 자전거에 두려움이 있어 쉽게 시도하지 못했다. 나도 함께 같이 달리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었지만 그날은 치마를 입고 있어서 선뜻 타지 못했다. 만약 자전거를 잘 탔으면 치마 따위는 변명거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가 네발자전거의 뒷바퀴를 떼고 두발자전거를 연습할 때 아이에게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이에게 넘어지면서 감각을 배우고 균형 잡는 연습을 하는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나는 넘어지는 게 무서웠다. 나는 몇십 년째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하기도 못 탄다고 하기도 애매한 상태에 있다. 탈 수는 있으나 두려워서 못 타고, 잘 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는 하지만 노력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못 타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자전거의 두려움을 깨는 것이 먼저 깨고 천천히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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