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특히 같은 말을 여러번 하는 건 너무 싫어한다. 말도 그리 많은 편도 아니다. 하지만 유독 아이에게는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다. 다른 건 조용히 지켜볼 수 있는데 아이를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 왜이리도 어려운 걸까? 아침 등교 준비할 때 여유 부리는 아이를 보며 '얼른 양치해~', '옷 입어~', '물통 넣어~', '읽을책 넣어~' 어느새 명령문으로 말하고 있다. 거기에 제대로 반응을 안 하는 아이를 보면서 화가 나서 화를 내면서도 속으로는 나는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일까 생각했다. 어느 육아 전문가가 아이를 주체적으로 키우려면 아이에게 말을 할 때 명령문이 아닌 의문문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아이에게 질문한다. 나의 말투에 스스로 뜨끔하며 명령조가 아닌 의문문으로 바꾸지만, 여전히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다.
옷 입다가 공으로 장난치고 있는 아이를 보며 못 참고 "양치 언제 할 거야?"라고 물어본다. "응~ 이것만 하고 할게"라고 이야기하곤 한참 있다 양치하고 나선 또 등교 준비하던 걸 깜빡했는지, 포켓몬 카드를 보고 있다. "물통 넣었어?"라고 물어보면 "응~ 넣을게"라고 이야기만 하고 주방으로 가는 길에 발견한 다른 걸 잡고 또 서 있다. "물통은 언제 넣을 건데?" 다시 물어보면 "아~ 이것만 하고~"라고 대답하고 또 등교 준비와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늦을 것 같은데~ 벌써 20분이야~"라고 하면 "알아~"라고 대답하고, 반복이다. 그러다가 이제 정말 지각할것 같다 싶은 시간이 왔을 때 겨우 나가려는데 잠바가 안보인다. 찾다가 다른 거 입으라고 하면 그때서야 엄마 때문에 늦는다고 짜증을 부린다. 순간 화가 훅 나지만 얼른 보내버리고 나의 마음을 다시 진정시킨다.
내 마음엔 다 아이를 위한 이야기이지만, 아이는 그 모든 말들을 모아 '잔소리'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이 노래가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가사가 딱 내 마음과 닿아있었다. 후렴 부의 가사들은 나와 아이의 이야기를 대입해도 말이 되는 것 같다.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인 것 같다. 하지만 사랑하기만 해도 시간 없는데 잔소리만 하는 엄마가 되기 싫어서 매일 괴롭다.
(전략)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그만하자 그만하자
사랑하기만 해도 시간 없는데
머리 아닌 가슴으로 하는 이야기
니가 싫다 해도 안 할수가 없는 이야기
그만하자 그만하자
너의 잔소리만 들려
(중략)
사랑해야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그만하자 그만하자 이런 내 맘을 믿어줘
아이유&임슬옹 <잔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