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아이가 안아주면 따뜻한 온기가 돌아 그날의 방전된 에너지가 충전되는 거 같아서 좋았다. 그래서 종종 "아들~ 오늘 엄마 너무 힘들었어. 이리 와서 엄마 좀 충전해 줘~" 하면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러나 그 달콤한 시간은 몇 초 안 되고 바로 뒤돌아 가버리는 아들이 더 안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에 "배터리 충전 아직 안되었어. 10프로, 20프로, 30프로... 94프로, 95프로" 하고 내 품에서 빠져나가려는 아이를 꼭 안고 안아주는 시간을 늘렸다. 아이는 엄마가 자기로 인해 에너지가 충전되는 걸 바로 바로 이야기해 주니 재미있어서 "얼른~ 얼른~ 아직 멀었어?" 하면서 계속 안아준다. 아이가 나가려고 꼼지락거리면 "어?? 배터리가 줄어든다. 18프로, 17프로" 하고 거꾸로 세면 다시 안아 준다. "... 97, 98, 99, 100!! 충전 다됐다!"하면 품에서 홀랑 빠져나가 버리지만 그래도 그 시간 동안 힘들었던 몸이 회복되는 느낌이다.
아이는 본인이 안아주면 정말로 엄마가 충전된다고 믿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 아이가 놀아 달라 하지만 귀찮거나 힘이 없어서 "엄마, 너무 힘들어서 좀 쉬어야겠어"라고 말하면 아이는 "엄마, 내가 충전해 줄 테니 나랑 놀자~"라고 하면서 안아준다. 그러면 어떻게든 힘을 내서 "충전이 좀 많이 걸리는 데 정말 힘이 별로 없어서 금방 닳아"라고 얘기하고 조금이라도 놀아준다.
하지만 퇴직 후 대부분 나의 에너지는 아이로 인해 방전된다. 아이 하교 후 둘이 지지고 볶다 보면 금세 나는 피로해지고 놀이터라도 다녀오면 거의 방전되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럴 땐 아이의 충전은커녕 아이가 TV라도 봐야 아이와 잠시 떨어져 나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소중하고 즐겁다. 귀찮아도 데리러 나가고 추워도 놀이터 나가서 아이가 친구랑 어떻게 놀고 있는지 바라볼 수 있는 이 시간이 좋다. 요즘은 서서히 놀이터 독립시키느라 아이 친구랑 만나기로 약속하고 혼자 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이가 얼른 커서 뭐든 스스로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지만, 순수한 면을 지켰으면 해서 조금은 늦게 컸으면 하는 맘이 항상 공존한다.
아이가 커도 엄마에게 사랑의 에너지는 계속 충전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