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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Oct 21. 2023

무조건적인 사랑

우리 아들은 양쪽 집안에 단 하나 있는 '어린아이'이다. 나와 남편의 형제 중 유일하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기에 양쪽 집안의 어른들에게 무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 할머니의 사랑이 제일인데 아이에게는 할머니가 세계 최강 방패이다. 할아버지의 짓궂은 장난도 물리쳐 주시고 엄마가 금지한 과자들도 할머니만 오시면 뭐든 먹을 수 있다. 아이 유치원 방학 때는 맡길 데가 없으니, 부산에 계시는 어머님이 일주일 정도 올라오셔서 봐주셨는데 아이는 할머니가 오시면 할머니 손을 잡고 문방구에 갔다. 엄마는 필요한 것 사러 가는 것 외엔 절대 데리고 가지 않는 문방구이기에 앞장서서 할머니 손을 꼭 붙들고 문방구에 간다. 평소에 사고 싶었던 조그맣고 현란한 장난감들, 화살 놀이, 말랑이, 장난감 게임기 같은 얄궂은 장난감을 사왔다. 문방구 앞에 오백 원짜리 동전을 넣어 조그마한 열쇠고리나 캐릭터를 뽑는 뽑기도 했는데 방학 때 매일 가서 뽑아오는

게 아이의 기쁨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어머님이 손주에게 하는 걸 보고 남편은 본인의 엄마가 이렇게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인지 몰랐다고 한다. 아마도 어머님은 두 아이의 엄마와 아내의 역할을 다해내시느라 지쳐 내면의 가장 따뜻하고 친절한 부분을 못 보여주셨을 거라 생각되었다. 부모는 내 아이가 버릇이라도 나빠질까 두려워 무조건 오냐오냐해 줄 수가 없다. 잘못된 건 가르쳐야 하고, 바로 잡아 주느라 어리지만, 엄격한 기준으로 아이를 바라보기

도 한다. 아이가 어릴 때 바닥에 넘어지면 할머니는 누가 우리 손주를 울게 했냐며 바닥을 때치하며 아주 혼쭐을 내줬다. 아이가 어렸을 땐 '그럼 안된다던데….' 라며(육아서에 보면 아이가 넘어지면 바로 일으켜 줘야지 바닥을 때치하면 행동을 남의 탓으로 돌리게 되어 아이 행동에 좋지 않다고 한다.)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할머니의 그런 표현은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든든한 내 편의 표현인 것 같아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할머니의 과한 액션에 울다가도 기분이 좋아졌던 것 같다. 그건 할머니만이 해줄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이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세 살 때 친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외가 쪽과는 연이 닿지 않아서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아이가 할머니와 있을 때 자신만만한 모습이 때론 부럽다. 무조건 내 말만 들어주고, 나만 보면 사랑스러운 눈으로 봐주고, 사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말만 하라고 하는 할머니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생각해 보았다. 어른이 되어보니 더욱더 무조건 적인 사랑을 줄 수있는 존재가 있다는 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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