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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Oct 21. 2023

우리 가족 독서 시간

우리 아이는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지금은 딱히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았기에 아이가 배우고 싶은 게 있을 때 보내고 싶은 마음이라 굳이 학원에 보내지 않았다. 아이 낳을때 육아서를 한참 읽었고, 아이가 5~6세쯤 다시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아이 유치원 친구들이 학습을 시작하는 시기였다. 워킹맘이었기에 돌봄 이모님이 유치원 등하원을 봐주고 계셨는데 이모님이 말씀하시길 유치원 끝나고 다 같이 놀이터에 뛰어갔다가 친구들은 하나둘 학원에 가고 우리 아이랑 학원 안 다니는 친구 한 명만 남아있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5살 때 친했던 친구마저 6세 때는 영어유치원으로 옮기고 말았다. 우리 동네가 사교육에 유명한 동네는 아닌데 목동이 가까워 교육열이 있는 엄마들은 초등학교 가기 전 목동 쪽으로 이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는 아이답게 크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어렸을 때부터 학습시키고 싶지 않았는데, 막상 학원에 보내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 혼자 아무리 여유롭게 키운다 한들 우리나라에서 키우려면 중, 고등학교 때는 우리 아이도 현재의 교육 현실에 놓이게 되는데 이른 사교육 없이 그때 경쟁력이 있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자라지만 글로벌 시대이기에 결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경쟁하게 될 아이기도 했다. 외국 아이들이라면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즈음 회사에서 자녀가 있는 분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초등학교부터 학원비가 많이 들고, 중, 고등학교 때는 많이 시키는 것도 아닌데 1~200만 원은 든다고 했다. 모두 그렇게 키우고 있는 사실이 희망 없는 길 같아 보여 암담했다. 분명 다른 길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책을 집어 들었다. 주로 읽던 책은 책 육아, 독서 교육, 자기 주도 학습, 엄마표 영어에 관련된 책이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내 생각이 잡혀야 아이가 혼란스럽지 않겠다 싶어서 관련

해서 많은 책을 읽었다. 그 당시는 독서 메모를 하지 않아서 읽었던 책들의 제목이 다 기억나지 않지만 '공부 머리 독서법'과 '푸름이'의 독서 육아 관련 책, '18년 책 육아', '잠수네' 책들,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 등 독서와 엄마표 영어에 초점이 된 책들 위주로 많은 책을 읽었다. 그중 공부 머리 독서법은 충격이면서 나에게 희망을 보여주었다.

대치동에서 오래 아이를 가르치던 저자가 학원에서 만났던 아이들이 지식은 많지만, 독해력이 부족했고 결국 경쟁력 있는 아이들은 독서를 많이 한 아이들이었기에 독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국어 실력이 영어 실력을 좌우한다고 한다. 내가 읽는 모든 책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책을 좋아한 아이들이 자기 주도 학습도 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학원보다 책읽기에 더 공을 들이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보니 아이가 한글을 잘 읽는데도 혼자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매일 밤 잠자리 독서로 책을 읽어 줬지만 스스로 읽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혼자 스스로 읽게 하려고 노력했었는데 관련 책들을 많이 읽다 보니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더라도 꾸준히 읽어줘서 계속 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을 바꿔서 읽어 달라는 책은 다 읽어 주고 있다. 2~3학년이 되면 알아서 스스로 읽는다고 한다. 1학년 들어가면서 학교에 있던 학습만화에 넋이 나가 한동안 만화책만 읽었지만 계속해서 동화책과 다른 책들을 함께 읽어주며 만화책만 읽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글밥이 많아지는 책글을 읽을 때마다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었다. 어떻게 이런 그림이 없는 책을 읽을 수 있는지 치켜세워 주니 아이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며 그림 없는 책도 읽고 있다. 지금은 아이가 책에 대한 흥미를 계속 잃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나는 어렸을 때 책을 좋아하지 않았고 성인이 되어서 책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경우라 우리 아이에게는 일찍부터 책의 즐거움을 알려 주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꾸준히 도서관도 데리고 다니고 책도 많이 읽어주고, 아이 수준에 인기있는 책들을 빌려서 보여주곤 했다. 그중에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했지만, 성공한 책은 아이가 작가를 기억하고 그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서 빌려 달라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스로 읽는 건 언제나 어려웠다. 매일 퇴근하고 와서 책 읽는 시간을 가져야지 했으나 저녁 준비하고 정리하다 보면 책 읽는 시간은 항상 건너뛰게 되었다. 그래서 독서 시간을 아예 고정해 버렸다. 9시부터 30분간 독서 시간을 갖게 된 지 2~3달이 되어서 남편도 아이도 9시가 되면 각자 읽을 책을 가지고 거실에 모인다. 며칠 전에는 셋 다 재미있는 책을 읽는지 너무 조용히 30분이 지나가 버려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보통은 읽다가 한마디씩 하곤 했는데 이

렇게 셋 다 집중한 건 처음이라 놀라우면서 기뻤다. 그리고 각자 집중하고 있을 때 느껴지는 차분해지는 공기가 거실을 감쌀 때 행복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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