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처럼 살 수 있다면

2월

by 게으른 여행자

눈도 오지 않는 2월의 숲은 늘 그대로.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제의 마른나무에 오늘 팽팽하게 물이 차오르지 않는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지루하고 권태로워 보이는 대부분의 시간들 끝에 어떤 특별한 순간이 결국은 찾아온다. 단 한 번, 언 땅을 뚫고 새 순이 솟고, 마른 가지에 몽우리가 맺히는 그 찰나. 겨울 숲은 그 찰나를 위해 긴 시간을 숨죽이며 깨어있다.


2월의 숲
2월의 숲


2월의 숲은 나의 하루들과 닮았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에 불과하고 내일도 무슨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오늘과 비슷한 하루를 살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단위를 하루가 아닌 일주일, 한 달로 놓고 보면 내게도 어떤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지금껏 그러한 몇몇의 순간들로 인해 지금의 내가 되었음을 안다. 나는 계속 같은 듯 달라져갈 것이다. 새로운 일을 하거나, 누군가 새롭게 곁에 두거나, 어쩌면 새로운 곳에 가 있을지도 모른다. 가장 분명한 진실은 더 늙어갈 거라는 점이다. 겨울의 숲이 꽃과 열매를 향해 가다 결국 소멸하는 것처럼.


크고 작은 변화를 이뤄내는 건 매일의 그 '하루'다.
성실한 하루들의 끝에 부디 잘 늙어간 내가 있기를.


남쪽 지방에선 벌써 줄줄이 꽃소식이 한창인데 우리 동네 숲은 아직이다. 다 때가 다르니까. 격변의 찰나, 조용하기만 했던 숲의 시간들이 불러올 놀라운 순간을 목격할 생각에 설레는 늦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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