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으른 여행자 Mar 15. 2019

꽃은 핀다

3월

겨우내 별 볼 일 없던 숲에 돌연 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봄이다.

때를 놓친 눈이 오더라도 이젠 봄이다.

가지마다 새순이 돋았다.

매서운 꽃샘추위가 와도 꽃은 필 것이다.

3월 초


3월 둘째 주, 철쭉 가지엔 사진 찍는 그 찰나 터져버릴까 무섭도록 꽃망울이 팽팽하게 차올랐다.

산수유는 못본새 살짝 내다보듯 폈다.  

3월 둘째 주, 철쭉은 조마조마, 산수유는 피었다.


3월 중순, 우리 숲에서 보기 드문 매화나무를 발견했다.

매화꽃 봉오리를 처음 본다.

만개한 꽃만큼 꽃봉오리를 사랑한다.

하늘하늘한 꽃잎을  힘껏 품은 이 단단함이 부럽다.

필요한 것들로만 둘러싸인 궁극의 정교함을 닮고 싶다.  


매화 꽃봉오리


봉오리와 꽃이 섞여있는 개화 초기가 좋다.

같은 나무에 열려도 서로 때가 다르다.

덜 핀 꽃이 초라하지 않고 망울을  재촉하지 않는다.

년엔 보지 못한 매화나무를 올해 보았다.


매화 폈다.

                                                                                                                                                                         꽃이 피었으니 이제부터 숲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갈 것이다.

 나는 그 시간들을 계속 따라가 볼 것이다.

그 끝에서 만나는 게, 지난해와 같은 겨울나무일 뿐이라도.




 고,
  진다.
   곁을 서성다 나도 진다.




꽃을 보는 것보다 달리 더 좋은 일도 없어서 다행인 2019년의 3월.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 숲, 궁극의 미니멀리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