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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여행자 Apr 08. 2019

꽃이 피어야만 본다

4월, 꽃길에 서서

4월엔 숲 곳곳에 꽃길이 깔립니다. 한송이 두 송이 애타게 터지던 꽃봉오리가 대부분 개화하고, 이제 숲의 하늘엔 잎사귀가 아닌 꽃잎들이 어른어른 레이스를 드리웁니다. 매화가 자, 뒤이어 살구꽃이 피었습니다. 자그마한 살구나무들을 심어놓은 숲 길이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때이기도 합니다.   

살구꽃
살구꽃 나무 아래


키가 큰 목련은 살구꽃 같은 아기자기함은 없지만 목이 긴 동물처럼 우아합니다. 꽃이 피기 전엔 그저 가지들이 높고 길게 뒤엉킨 정신없는 나무인 줄 알았습니다.

목련


4월 초가 지나자 우리 숲에도 드디어 벚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겨우내 숲에 다니면서 가장 흔하게 본 나무들이 바로 산벚나무였습니다.

산벚꽃
산벚나무 길




나무는 늘 그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았는데

사람들은 꽃이 피어야만 알아보고 호들갑을 떱니다.

이런 인간들을 보는 나무의 기분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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