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걸 하는 감각을 즐기면서
가계약을 완료했다. 업자이자 대표가 된 Y는 음식점으로 운영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보건증을 발급받고 국가의 가이드에 따라 위생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 과정이 번거롭고 바빠 보여 Q와 나는 괜찮으려나 하고 Y의 상태를 살폈다.
하지만 Y의 시간은 48시간쯤은 되는 것 같았다. 가계약을 한지 일주일이나 지났을까, Y는 업체에 컨셉을 설명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 만들었다는 pdf를 공유했다. 와, 너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애였니? 언제 이런 생각을 하고 정리까지 한 건지 정말이지 놀라웠다. 파일에는 우리의 스토리와 (내가 쓴 에세이를 첨부하고) 어떤 톤 앤 매너를 담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설명이 레퍼런스와 함께 담겨있었다.
분명 익숙한 단어들인데도 이렇게 정리해서 보니 조합 하나하나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떤 단어는 Y와 특히 잘 어울렸고, 다른 단어는 우리가 만끽하는 동네의 일상을 잘 담아낸 것 같았다. 이 모든 단어들은 공통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었다. 적당히 뭉그러뜨려 표현하자면 ‘느리지만 낙관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도일까.
Y의 머릿속에는 지금까지 공간을 만들지 않았던 것이 신기할 정도로 선명한 그림이 있었다.
자꾸 웃음이 나왔다. 사실 내가 처음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이유였다. 내 삶을 순간들을 되짚어보고 정리해서 다시 들여다보았을 때 이전에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발견하고 그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밀려들기도 한다.
Y가 정리한 파일에는 우리의 삶이 스며들어있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카페에 모였고, 대화가 길어지면 Y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밀도 있게 오고 갔던 이야기들이 짧은 몇 장의 페이지를 가득 채웠다. 내 눈앞에 느긋한, 평화로운,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어느 순간이 그려졌다.
Y와 Q, 그리고 나 J. 셋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삶을 살아왔지만 세상의 가이드라인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3N살의 나이에 결혼 계획도 없이 주식이니, 부동산이니 재테크에 열성적이지도 못했다. 둘은 아직도 캥거루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 사실이 참으로 걱정되고 두렵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대화에서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결국 다 나름대로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 그러니 재미있게라도 살자! 하는 낙관적인 흐름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그 모든 시간이 세세하기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의 삶은 즐거웠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그 어떤 테스크도 완료하지 못했더라도 말이다.
Y가 쓴 문서에는 이런 말이 있다. '우리 인생, 진행 중이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꼬불꼬불길을 따라 제대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는 삶. 이렇게 느리게 가도 되는 건지, 잦게 밀려오는 걱정. 그래도 일단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 그러니 정말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