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 블록 쌓기
공공기관 성격의 체육 재단법인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쯤 받은 이직 제안.
취업포털사이트에 올라간 이력서를 서칭 해서 연락을 했다고 메일이 왔다.
당시 국내 메이저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였던 회사.
예상치 못했던 또다시 이직
감사한 제안에 관심이 있다고 회신을 하고 나니 만나자고 했다.
면담인 듯 면접인 듯 한 만남을 가졌다.
호주에서의 전공 유학도 한몫을 했겠지만 유학 후 첫 직장에서 근무한 이력 때문에 제안을 받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후 부사장과 최종 면접을 보자고 했고 사무실이 아닌 사무실 앞 호프집에서 보자고 했다.
이런 면접은 또 처음인데... 술을 잘 마시는지 보려고 하는 거야 술버릇 테스트를 하려는 거야.
비밀 채용인 건지 어쨌든 호프집에서 부사장, 국장과 형식을 깬 면접을 봤고 선수 매니지먼트 중심의 질문들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면접은 회사에서 후보자를 보고 판단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후보자 또한 회사를 보고 판단하는 자리이다.
쌍방의 면접이지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결정도 쌍방 합의에 의한 것인데도 결정 우선권이 회사에 있기 때문에 강자 코스프레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1차 면접에서의 인상도 그다지 좋진 않았지만 2차 면접에서의 인상 또한 그리 좋진 않았다.
하지만 이전 직장을 떠나고 싶었던 마음, 떠나야 했던 상황 때문에 결국 오라고 해서 갔다.
유학 전 두 직장, 유학 후 세 직장.
졸업 후 7년, 대학원 기간을 쏙 빼더라도 5년 동안 세 번의 옮김이라니.
온전한 의지로, 떠밀려, 스카우트 형식으로 모양도 다양하다.
해외유명대행사 경험이 있었고 근무시기에 유망주 선수였던 소속선수를 이 국내유명대행사에서 데려오면서 매니저로 적합한 이력 소유자로 판단해서 채용한 것 같다.
이전 회사에서의 접점이 많지는 않았으니 딱히 도움이 안 되었을 텐데 이력서는 한 줄로 나타내고 뒤에 숨겨진 건 보는 사람의 상상에 따라 달라지니까.
입사 첫날부터 그 선수 해외 대회 출전 준비로 그냥 내던져졌다. 냉정한 현실이구나.
선수 매니저는 원하지도 잘하지도 않는 직군인데.
결혼 예정 사실을 입사 전에 미리 얘기했지만 소통 부재로 결과적으로 이벤트 기간에 일을 떠넘기고 신혼여행 갔다 온 이상한 직원으로 낙인찍혔고, 비위 맞추지 않아 맘에 안 들지만 일은 잘 해내서 뭐라 못해서 더 맘에 안 드는 직원이 되었다.
첫 경력단절
원인 모를 이상 증상으로 시들해져 갔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스포츠마케팅인데, 해외유명대행사나 국내유명대행사나 속은 겉과 달리 텅 빈 공갈빵이다.
쳇.
일이 재미있어서 신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어 풍요로운 것도 아니고.
시들어 가는데 무슨 스포츠마케팅.
그만두자.
그렇게 이직이 아닌 첫 경력단절을 시작했다.
사직서 내는 과정에서도 시달리고 연말 이벤트 행사를 끝으로 새해를 경력단절로 시작했다.
길지도 않은 기간, 다섯 회사와 대학원 유학생활로 지칠 대로 지쳤나 보다.
그렇게 사회를 벗어나 집 동굴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임신, 출산, 육아 시작으로 또 다른 세계에서 헤매다 다시 사회로 나가고 싶은 욕구가 뽀글뽀글 솟아났다.
다시 취업시장에 기웃거리던 때, 전 직장에 다른 부서 부사장의 재입사 제안을 받게 된다.
나 잘 못 산건 아닌가 봐? (대단한 착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