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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제스트 Sep 08. 2024

독립적이지만 독립하지 못한

Ep.4


독립(獨立).

independence.

stand on one's own feet.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 상태.

홀로서기.




나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스스로 잘 해내는 "독립적인 아이"로 포지셔닝을 하는 것이.


알아서 잘할 것이다는 믿음과 신뢰를 주고 인정받는 것이 나의 존재를 잊지 않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어느 정도는 자유로울 수 있었고, 어느 정도는 속박되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의 기준에 갇혀 답답함을 소리 없이 내지르곤 했었다.


나의 본모습이 무엇인지 나도 모르게 잘 숨기고 연기했다.

명랑하고 밝은 나를 누르고

차분하고 조용한 논리적인 나로 만들었다.


낯선 환경에서 사춘기를 맞이한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행운의 낯선 환경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적극적인 나를 얼마나 꽁꽁 묶어 포장해 두었는지 

포장지를 다 풀기 전에 행운의 시간은 끝이 났다.


좀 더 적극적이었다면,

좀 더 용감했더라면,

의미 없는 후회를 흘려본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다시 새로운 포장지로 나를 감추었다.

타고난 운동 DNA로 체육시간엔 빛이 났지만

그 외엔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말없이, 문제없이...

그냥 주어진 대로 주어진 시간 흘려보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가족들의 아픔을 가리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나는 혼자 갇혀 있는 공간에 찾아들어갔다.


외면하고 싶었다.

독립적인 사람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사실은 독립이 아닌 외면.


혼자이길 좋아하고

독립적이라 스스로 믿었는데

나를 속이고 있었다.


홀로서기를 결국 하지 못했다.

혼자 스스로 두 발로 서있지 못하고 있다. 

공갈빵처럼 속이 빈 독립.

그 작은 출렁임이 지금의 큰 파도가 되어 나를 집어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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