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입주청소, 도배
새로운 환경에서의 새 출발은 언제나 사람을 동기부여 시키고 인생의 전환점이라는 큰 의미를 부여해도 문제없을 정도로 인생에서 꼭 한 번은 겪게 되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하나부터 열까지 뭐 하나 대충 하면 큰일 날 정도로 신중함과 꼼꼼함, 노력과 운까지 따라줘야 하는 올 패키지(all-package)다.
결국은 내가 맘에 드는 집을 찾기까지의 여정인데 물론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야 되는 노력과 수고도 요구되지만 맞는 타이밍에 내가 원하는 집이 눈에 띄어야 그다음 과정으로 있듯 상당 수준의 운도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라는 말처럼 내가 아무리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해도 신이 생각하기에 지금은 때가 아니란 판단을 내리면 그 무슨 짓을 해도 내 뜻대로 안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을 인내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간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기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이사가 내 삶에서 공식 이사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된 이사였다. 그전까지는 그저 물건 옮기기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번엔 육체적, 감정적 소모가 상당했다. 왜 어른들이 하루빨리 전세 생활을 접고 자가를 마련하려 하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웬만해선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이사를 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프로세스가 이삿짐센터 컨텍과 입주청소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이곳저곳에서 견적을 받고, 후기를 살피며 바가지를 피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변수를 줄 수 있는 항목이 바로 추가요금이다. 요즘은 뭐만 하면 추가 요금이 붙는다. 하물며 머리 하나 자르러 미용실에 가도 기장추가가 붙는 시대인데, 인력을 써야 하는 서비스에서는 오죽할까.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견적을 받을 때 추가요금을 오차도 없이 정확히 예측하는 게 어렵다는 거다. 대부분 상담을 진행할 때 업체에선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만 넌지시 언급해 놓지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서 발생할지는 당일 돼 봐야 알 수 있다.
이사에서의 예시를 찾아보면 잔짐 추가 비용, 사다리차 이용, 인력 추가 이용, 전자제품 철거 비용, 계단 스크래치 방지 작업 등 내가 아무리 견적을 적게 받으려고 생략을 해도 당일날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입주청소에서의 예시는 곰팡이 제거, 작업 인원 추가, 기본 청소 범위 외 가전제품 혹은 베란다 등 추가될 만한 항목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번에 입주하게 될 집의 화장실 상태가 특히 말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곰팡이 제거(약품처리) 추가 명목으로 그 자리에서 +10만 원을 요구받았다. 참 이런 상황이 애매한 게, 그 돈 지불하기 싫어서 '그냥 기본요금 범위까지만 청소하고 끝내주세요'라고 하기도 뭐 하지 않나? 이미 판 다 벌려 놓은 거 이왕이면 완벽하게 청소를 해야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다음은 도배나 가전제품 이전설치 등의 항목들인데, 도배 같은 경우는 집 크기에 따라 인력 추가나 벽지 재질 혹은 천장을 별도 범위로 묶어 추가금을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예약을 하기 전에 최대한 경력이 있고 시공 횟수가 많은 업체를 찾고 견적을 상세히 안내받는 것이 최선이다. 가전제품 이전설치, 특히 에어컨 같은 것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이마저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으니 대충 기본 설치비 10만 원 내외만 안내받고 진행했는데 막상 현장에 오니 배관길이 미터당 추가, 가스 충전 등 거의 벽걸이 에어컨 한대 맞먹는 금액이 청구되었다. 이럴 거면 기존 세입자의 것을 인수하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상 견적을 완전히 비껴간 지출이 발생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면 첫 번째, 애초에 견적을 받을 때 추가 요금이 붙을 만한 항목을 최대한 디테일하게 문의하기다.
물론 당일 현장 상황에 따라 변동이 생기겠지만 견적을 받을 때 두루뭉술하게 기본요금만 물어보지 말고 추가될만한 가능성이 있는 항목에 무엇이 있는지 금액이 어느 정도 인지 까지도 안내받은 후 유선상이든 문자로든 기록을 남겨놔야 나중에 당황할 일이 줄어든다
두 번째 너무 리뷰에 집착하지 마라.
요즘은 많은 업체가 리뷰에 대가를 지불한다. 예를 들어 새로 오픈한 맛집 같은 경우는 포털사이트에 별 다섯 개와 사진 리뷰를 남기면 서비스로 사이드 메뉴, 혹은 음료 증정으로 좋은 후기를 유도한다. 입주 청소 업체 같은 경우는 캐시백 이벤트 명목으로 무조건 별 다섯 개와 사진 여러 장을 남겨야 현금을 캐시백 해주는 조건을 달아 좋은 리뷰를 유도한다. 돈이 걸려있으면 안 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칭찬해 주지.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받기 전에 제대로 된 업체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사실 리뷰가 전부이긴 하다. 하지만 리뷰마저 대가를 지불하고 조작해 버리는 소비자는 무엇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 따라서 최대한 덤터기를 피하려면 최신 리뷰나 안 좋은 리뷰도 훑어봐야 그나마 바른 판단이 선다.
내가 서비를 제공하는 사람은 되어봤어도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서비스를 돈을 지불하고 받은 경우는 거의 처음이라 참 느끼는 게 많았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된 직업의식을 가지고 내가 지불한 대가에 걸맞은 서비스 혹은 그 이상을 제공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물론 이 또한 운에 달렸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최대한 따질 건 따져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과정을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과 새해를 더 나은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