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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엔 다 이유가 있을까?

사람들은 힘든 일을 겪을 때 왜 의미를 찾으려 할까?

by 린 lin

세상 모든 일엔 정말 다 이유가 있을까?


난 대체로 이유가 있다고 믿어왔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로 보이는 일이 닥치더라도 결국은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일어나라는 혹은 어떠한 큰 깨달음을 주기 위해 닥쳤겠거니 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때론 여기에 아무리 끼워 맞추려 해도 안 되는 사건들이 일어난다. 도무지 발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는, 아무리 이리저리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해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난다. 천재지변, 질병,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 등 인간이 감당하기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대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이런 일들도 다 이유가 있기에 발생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관해선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불교와 힌두교에서는 업(業, Karma)이라는 개념을 통해 "현재의 일들은 과거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뜻밖에 큰 행운을 얻었다면, 카르마적 관점에서는 "이전 삶이나 과거의 선행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안타깝게도 내가 100을 베푼다고 해서 100만큼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항상 남에게 친절하게 대한다고 해서 남도 내게 똑같이 대하는 것도 아니다. 항상 일말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학적 접근에서의 목적론은 세상의 모든 일이 단순한 원인과 결과를 넘어서 특정한 목적이나 의미를 향해 진행된다고 본다. 특히 기독교에서는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다 이유가 있다"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이유를 몰라도 신의 계획 속에서는 다 의미가 있다.",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결국 더 큰 축복으로 이어졌다."와 같은 믿음 말이다.


사람들은 힘든 일을 겪을 때 의미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게 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 거야"라고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덜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대체 나에게 왜 이런 일이.."라는 생각 보단 "이것도 결국 더 강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겠지, 이 일을 발판으로 난 한 단계 더 성장할 거야.", 등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보면 한결 수월해진다. 지금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어떻게 해서든 헤쳐왔기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


우리는 순간적인 오해로 인해 쉽게 흔들린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이건 진짜 최악이다.',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 등 현재 내가 안고 있는 문제는 마치 높게 쌓은 장벽같이 너무나 크게 느껴져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다 넘게 되어있다. 막상 넘고 나면 "생각보다 별거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더 나아가 더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런 일을 겪었는지도, 그게 뭐라고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정말 별 것 아닌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생에는 어떠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난다. 물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삼는 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게 잘 안된다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더 솔직한 태도일 수 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린 수 없다. 어째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백날 머리 싸매고 고민해 봐야 도움 될 것 하나 없다. 환경 탓 또한 끝이 없다. 사람은 안 좋은 일에 휘말리게 되면 자연스레 자신의 처지나 환경을 비관하게 되는데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다 보면 결국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결론밖에 도달할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을 구렁텅이 몰아넣는 꼴이 된다.


모든 일이 반드시 어떤 계획이나 이유 아래 일어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때론 억지로 의미를 찾으려고 하기보다 그 일이 내게 어떤 감정을 주는지, 내가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게 더 현실적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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