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사진을 잘 찍는 이유
내 삶의 경험을 빗대어 봤을 때 확실히 한국인들의 사진 찍기 기술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 외국인에게 사진을 부탁했을 때 나온 결과물과 한국인에게 얻은 결과물을 비교해 봤을 때 만족도에서 상당히 큰 차이를 보였으며 반대로 내가 찍어 주었을 때도 외국인들이 마음에 들어 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럼 왜 그럴까?
첫 번째, 배경과 구도에 대한 감각
확실히 한국인들이 구도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맞춘다. 서양에서는 "순간을 담는 것"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구도나 배경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감성 빼면 시체인 한국에서는 미적 감각이 중요하게 여겨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빛, 배경, 피사체의 구도 등을 신경 써서 찍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두 번째, 기술과 보정 앱의 활용
이것은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연관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외국인들의 사진을 보면 참 날 것 그대로라는 느낌을 받는다. 과한 필터나 보정 없이 정말 기본 카메라로 찍자 마자 바로 올린 것 같은 자연스러운 사진이 많다. 반면 한국은 사진 보정 앱과 필터 사용이 대중화되다 보니 날 것 그대로의 사진을 올리기보단 감성샷에 포커스가 맞춰져 보정과정을 꼭 거친다. 오죽하면 세컨드폰으로 아이폰 구형 모델을 사는 트렌드까지 퍼져 나갔을까.
세 번째,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 주는 문화
"이렇게 찍어야 예쁘다"라는 기준이 있다. 친구나 연인사이에서도 서로 사진 찍는 법을 디테일하게 피드백해 주는 문화가 돋보이며 사진을 잘 찍어주는 사람은 센스 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특히 연인 사이에선 남자가 상대적으로 사진 찍는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여자가 실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풍자한 밈도 쏟아질 정도로 흔한 현상이다.
내 경험을 되살려 보았을 때 사진을 잘 못 찍는 사람의 특징 중 한 가지는 구도에 대한 개념이 없다. 보통 누군가를 찍어줄 때 피사체를 중앙에 놓고 주변 배경이 어느 정도 담기게 해야 잘 나왔다는 느낌이 드는데 구도라는 개념이 없는 사람들은 사람을 항상 옆으로 치우쳐 놓는다. 간혹 나를 찍으려고 한 건지 배경을 찍으려고 한 건지 헷갈릴 정도로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어 만족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다음은 비율에 대한 개념 차이다. 한국인들은 어떻게 찍어야 비율이 좋아 보이는지 안다. 특히 전신샷을 찍을 때 비율이 가장 우선시 되므로 발끝을 어디에 맞추고 각도는 어떻게 해야 다리가 길어 보이는지 안다. 반면 외국에는 비율에 대한 개념이 없을뿐더러 있다고 해도 그리 집착하지 않는다. 게티 이미지(getty image)나 파파라치 컷만 봐도 날 것 그대로이다 못해 오히려 비율을 더 안 좋아 보이게 찍어내지 않나. 비율에 대한 감각이 다소 부족한 사람이 찍어준 전신사진을 보면 배경 보다 땅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 상대적으로 짜리 몽땅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가장 많이 하는 오해가 바로 '앉아서 찍기'이다. 보통 사진 찍기에 관심이 없거나 기술이 부족한 사람에게 전신샷을 부탁하면 일단 무조건 앉고 본다. 쭈그려 앉은 자세에서 카메라를 들어 올려 찍으려 한다. 그렇게 하면 다리가 길게 나올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어렸을 적엔 그 기술을 믿었지만 그렇게 하면 하체만 늘어져 보일 뿐 길어 보이거나 비율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간혹 무조건 앉거나 드러눕다시피 찍으려는 친구에겐 얼른 달려가 이리 지러 가이드를 해준다.
물론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나의 경험을 빗댄 것이기에 일반화할 순 없다.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잘 찍길 바라는 것도, 사진 찍기에 우리만큼 관심이 있을 거라 바라는 것도 무리다. 결국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차이는 미적 감각과 문화적인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