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즐거움, 찰나의 기록
깔깔 웃게 하는 너의 말, 몸짓, 표정의 마법
"엄마도 젤리 하나만 줘"
"(젤리 뜯은 비닐을 주며) 안돼, 엄마는 이거나 버려"
"뭐라고? 하하하하 너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다 컸네 너무 웃기다"
찰나다. 아이가 커가는 순간은.
언제 커서 나에게 저런 말을 할까.
웃기다며 깔깔 거리며 웃었지만 이내 가슴에 찡한 진동이 느껴진다.
요즘 첫째와 대화하는 게 큰 즐거움이자 기쁨이고 감동이다. 더 알고 싶고 더 듣고 싶어서
어린이집을 다녀온 아이에게 이것저것 묻는 게 많아진다.
기분 좋은 날은 조잘조잘 재잘재잘 이러쿵저러쿵 다 이야기해주는데 그렇지 않은 날에는 별 반응이 없다.
참새 마냥 작은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단어나 표현이 툭 하고 나올 때면 그 목소리나 표정을 터지지 않는 풍선에 담아서 보관하며 지칠 때나 힘들 때 들여다보고 싶다.
예를 들어,
-엄마, 오늘 왜 구름이 나를 따라오지? 구름도 어린이집에 가고 싶나?
-엄마 아빠 방귀 냄새가 너무 지독해. 이제 응가 나오는 거 아니야? 어쩌지, 아빠는 기저귀도 안 하잖아
-엄마 사랑해 알라뷰
-산타할아버지 눈이 내렸으면 좋겠어요
-어깨 아파? 나랑 00이 안아주지 마 00아 울지 마 엄마 힘들어
활자로 담기엔 부족하기만 한
행복하고 기특한 순간이다.
자식은 어릴 때 평생 효도를 다 한다고 하던데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품 안의 자식이라는 말도 알겠다.
내 곁에 있을 때
아직은 나의 곁이 필요할 때
많이 안아주고 많이 표현하고 많이 들어줘야지,
이 순간 또한 지나고 나면
찰나일 테니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고
찰나의 시간을 곱게 소중하게 써야지
2021.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