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온전한 자유시간을 보내는 하이라이트. 신라스테이에 저녁 7시즈음 도착했다. 배도 부르고 여유롭고 행복해서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침대 옆 작은 쇼파에 세상 제일 편한 자세로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티비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렸다. 혼자인 게 조금은 어색했지만 행복했다.
그리고나니 오늘 하루종일 걷고난 피로가 약간 몰려왔다. 씻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정말 가뿐한 마음으로 샤워를 했다. 평소 나의 샤워는 아이들을 씻기면서 땀 범벅이 되니 같이 씻거나, 남편이 와야지만 선수교체를 한 후 씻을 수 있었다. 여유를 부릴 수도 없고 그저 땀을 씻겨내는데 급급한 시간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아이들을 씻길 필요도 없고 땀으로 범벅될 일도 없이, 그저 나 혼자만 씻으면 되는 것.
그런 후 괜히 샤워가운도 입어보고 머리카락도 한참이나 말렸다. 얼마나 보송보송하고 기분이 좋던지, 이 밤이, 이 여유로움이 꼭 신라스테이 구스이불 같은 느낌이었다. 폭신폭신 아늑한. 침대에 펄럭이며 누워있다가 숙소에 들어올 때 사온 맥주를 꺼내 한모금 마셨다.
정말 맛있던 캔맥주
와. 맥주가 이리 맛있다니.
육퇴 후 거실에서 몰래 마시던 그 맛이 아니었다. 더 시원하고 청량하고 꼬습고 ㅎㅎㅎ 똑같은 캔맥주인데 맛이 이리 다를 수 있나 감탄하며 홀짝 홀짝 맥주를 마시며 tvn'뜻밖의 여정'을 봤다. 윤여정 쌤은 참 멋진 어른이다. 이서진은 정말 유머러스하다. 나영석 피디는 복이 많다고 주절주절 혼잣말을 하며 맥주를 먹다보니 어느새 한캔이 다 비워졌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 편의점에 가서 맥주와 컵라면을 사왔다. 배가 고픈 건 아니였는데 뭐랄까. 맥주와 라면을 먹어야 마무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총 맥주 2캔과 라면을 먹고나니 10시30분쯤. 이제야 아내와 엄마 없이 지내고 있을 남편과 아이들이 생각이 났다. 자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페이스톡을 했더니 첫애는 나를 보자마자 울고 둘째는 아빠에게 아기띠로 업힌 채로 웃고 있었다.
순간 나도 눈물이 고였다. 첫째가 "엄마 언제 와? 일 언제 끝나? 나 엄마 보고 싶어"라며 엉엉 울었다. 남편은 "지금 졸려서 더 이러는 거 같아"라며 "어때? 좋아? 즐거워?"라고 질문했다. 나는 차마 좋다고 하지 못하고 "어~ 엄마 아직 일이 안 끝났어. 얼른 일 끝내고 갈게. 어여 코 자~ 그래야 아침에 엄마 만나지"라며 아이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다음날 남편에게 들었는데, 첫째가 갑자기 내 베개로 가더니 "아빠 여기 엄마 냄새나. 나 이거 안고 잘래. 엄마 냄새 좋다" 이러면서 잠들었다고 한다.
암튼 눈물 가득한 영상 통화를 하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이상해져서 맥주캔과 라면을 버리고 괜히 호텔방 정리를 했다.
나의 자유부인 1박도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다음날 늦게까지 자려고 했는데 9시에 눈이 떠졌다.
아쉬움과 행복함이 공존하던. 그리고 커피.
호텔에서 이벤트로 준 커피를 받으러 조식 레스토랑으로 갔다. 한잔은 따아, 다른 한잔은 아아로 받아올라왔다. 세수도 하지 않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한참을 창밖을 바라봤다.
"아 집에 가기 싫다."라며. ㅋㅋㅋㅋ
너무 집에 가기 싫은 맘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은 막 첫째 등원 시키고 집에 왔다고 했다. "여보 나 진짜 왜이리 집에 가기가 싫지? 하아 원래 계획은 일어나자마자 커피 마시고 갈라고 했는데 너무 너무 가기 싫네"라고 했다.
남편은 "그럼 체크아웃시간까지 더 있다가 와~ 어차피 00이도 어린이집 갔고 오후에 오자나"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아니 이 사람 왜이러지 싶은 배려와 친절함을 느꼈다. 그러니 더 있을 수도 없겠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커피 한잔을 여유롭게 마시는 이 시간은 놓치고 싶지 않아서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창밖을 보며 언제 또 이렇게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런 시간을 선물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한잔 더 받아온 아이스아메리카노는 텀블러에 알뜰히 담아서 집으로 가지고 와서 남편에게 줬다.
그렇게 나의 달콤했던 1박2일 자유시간은 끝났다. 커피를 다 마신 나는 씻은 후 을지로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을지로에서 집앞으로 도착하는 버스로 갈아탔다. 그런 후 홈스윗마이홈에 도착. 다시 엄마로, 아내로 돌아왔다.
신기한 건 자유시간을 보내고 오니 한 일주일동안은 뭔가 활력넘치고 행복한 상태가 유지가 됐다. 뭘 해도 즐겁고 지치지 않고 충만했다. 문제는 약빨이 일주일이 지나니 끝났다는 것. 다시 그날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쓰니 또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자유시간. 너무나 소중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