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손톱 말이다. 얼마전에 잘라준 거 같은데 그새 또 자라서 때가 껴있다. 아파트 화단에서 살구 줍고 돌맹이 줍고 꽃 만지고 하다보니 손톱에 때가 잘 낀다.
딸아이의 손톱을 잘라줘야 겠다고 마음 먹은 날은 마음이 괜히 급하다.
일단 따님이 낮잠에 아주 골아떨어졌을 때를 포착해야 한다. 그런 후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들고 손톱 하나하나를 깎아줘야 한다. 낮잠에 푹 빠진 상태가 아닐 때 시도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검지부터 중지 약지 새끼 그리고 엄지까지 살살 깎아준다. 엄지발톱과 엄지손톱을 제외하고는 다 너무 여리다. 손톱깍이로 하기엔 살도 연하고 괜히 무서워서 아직 손톱가위를 사용한다.
신기한 건 엄지발톱이다.
쬐깐한 21개월짜리 아기 발톱이라고 하기엔 굉장히 단단하고 딱딱하다. 분명 엄지발톱도 여리디 여릴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나 컸구나 라는 사실을 또 느낀다. 손톱 자를 땐 가만히 있는데 발톱 자를 땐 딸아이가 많이 뒤척인다. 나는 딸이 뒤척이면서 바꾼 자세에 따라서 내 자세 또한 바꾼다. 행여 깨진 않을까, 행여나 손톱가위가 미끄러져서 손에 상처를 내진 않을까 조심스럽다.
다행이다.
딸아이가 조금 뒤척이긴 했으나 무사리 오른손 왼속 오른발 왼발 20개의 손발톱을 다 깎았다. 이게 머라고 뿌듯하고 부산했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렇게 키웠어도 다윤이가 크면 스스로 컸다고 생각하겠지. 나또한 그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