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1주. 울 공주님 보느라 뱃속 둘째에겐 신경도 못 쓸뿐더러 가끔 존재 자체도 잊을 때도 있다.
신기한 건 그럴때마다 뱃속 둘째가 "엄마 나 여기있어"라며 존재를 알리는 듯 입덧(미식거림 구역질)이 생긴다는 것
둘째들은 눈치껏 알아서 잘 큰다던데 정말 그런건가 싶다.
암튼 각설하고 입덧. 참으로 괴롭다.
울 공주님 품었을 때도 입덧을 안한 건 아니지만 이번보단 덜했던 거 같다. 그땐 특정 냄새(세제 향수 비누)를 맡았을 때 구역질이 났는데 이번엔 비특이적으로 구역질이 난다. 가장 심할 때는 배고플 때인데.. 문제는 먹고나면 또 속이 더부룩하고 트림 나오고 미식거린다.
밥을 안 먹을수도 없고 먹자니 먹고난 후에 괴롭고. 아주 아주 고역이다. 한동안은 짬뽕만 3일내내 먹고, 그후엔 마라탕, 라볶이만 먹었다. 요즘엔 열무김치에 고추장 넣고 비빈밥만 먹는다.
입덧 심한 엄마들은 아예 못 먹는다고 하던데 그에 비하면 나는 별거 아니지만 그래도 참 괴롭다. 지금도 또 목구멍부터 명치까지가 아주 불편하다 ㅜㅜ
아 그리고 입덧과 함께 찾아온 피부 트러블.
이건 울 공주님 품었을 땐 아예 없던 증상이었다. 그런데 둘째는 나에게 피부 트러블이라는 새로운 임신 증상을 안겨줬다. 특히 이마에 생긴 좁쌀 여드름.. 볼때마다 속상하다. 나름 피부에 자신있었는데 이젠 아니다.
피부 트러블과 함께 피부 탄력도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사진에 찍힌 모습을 보면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듯 눈가엔 주름이 보이고 피부도 쳐져있다.
눈에 보이는 피부나 티가 나는 입덧 뿐만 아니라
나의 심리적인 부분도 변화가 왔다.
세상 의욕이 없고 귀찮고 심심하다.
울 공주님과 놀아야하고 먹어야하고 씻겨야 하니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세상 게으러진 느낌이다.
청소기 밀기도 싫고 걸레질은 더 싫다 ㅜ 공쥬님이 장난감 가지고 놀면 바로바로 치웠는데 요즘엔 그것도 귀찮다.
눕고 싶고 자고 싶고 아무것도 하기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