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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혼의작가 Sep 28. 2021

이직의 경험(8) 나의 첫 해외출장 라스베가스

자본력과 상상력의 만남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해외영업 업무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당연히 해외출장 이다. 해외전시회에 참가하면 그 산업의 트렌드 및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바이어와 상담을 통해서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해외출장이 자유롭지 못한 지금 지난 날의 자유로운 해외출장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귀금속 업체에서 해외영업 업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글로벌 귀금속 쇼에 참석을 하게 되었다. 'JCK Jewel Show'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귀금속 관련된 세계에서 제일 가는 쥬얼리 전시회였다. 홍콩 에서도 '홍콩 세계 쥬얼리 박람회'가 있었으나,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홍콩 쥬얼리 쇼는 해외영업부 차장님과 중국인 대리가 참석을 했다. 미국 라스베가스 JCK 쇼에는 해외영업부 차장님, 나 그리고 사장님 이렇게 참가를 했다. 


 라스베가스 전시회에 부스 참가는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부분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전시회 부스를 참가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다. OEM 베이스로서 중국 귀금속 공장은 운영이 되었다. 해외출장의 목적이 전시회에 부스를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신규고객을 개척하는 것 보다는, LA에 방문하여 기존 바이어들과의 미팅이 주된 목표였다. LA는 교포 바이어들도 다수 있었다. 오더를 꾸준히 가져가기는 했지만, 미수금도 많았다. 


 전시회에 부스 참가를 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전시회 물품을 운송하거나 현지에서 설치 및 제품 홍보를 위한 준비 등의 작업은 없었다. 단, 큰 캐리어에 제품의 샘플을 많이 담았다. 한국 업체들이 해외진출 초기에 했던 일명 '보따리 장사 기법'이다. 카다로그도 있지만, 해외수출 및 거래시에 가장 좋은 것은 샘플을 보는 것이니까. 큰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했다.  전시회에 부스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전시회 부스를 돌아다니며, 우리의 제품을 구매할 만한 업체들에게 제품을 소개할 수 있다. 즉 OEM 제품을 원하는 바이어를 찾는 것이다. 하루 종일 넓은 전시회장을 차장님과 함께 돌아다녀야 했다. 다리가 무겁기는 했지만, 처음 참가하는 해외전시회여서 일단 좋았다. 


 전시회장은 6시면 문을 닫지만 업무는 끝나지 않았다. 저녁에 연일 미팅이 있었다. 기존 바이어들과 저녁 미팅이다. 호텔 등이 숙소에서 보통 미팅을 가졌다. 그 간 영업활동은 어떠한지, 어려움은 없는지, 미수금 상환 계획은 어떤지. 그리고 1년간 개발된 신제품 등을 보여주며, 그 자리에서 샘플로 소수의 발주를 받기도 한다. 밤 12시가 되면 중국공장이 아침 9시가 되는데, 특이사항 보고나 물건 선적 진행 등 세부사항 들도 체크를 해야 했다. 새벽 1시 , 2시에 보통 잤던 것 같다. 저녁에 미팅을 한 고객들 샘플오더를 정리해서, 인보이스를 보내고 중국 공장에 오더 진행을 일단 시키고. 매우 바빴던 출장으로 기억한다. 라스베가스 출장에 오면 공연장 및 호텔에서 진행되는 쇼가 많다. 유명한 쇼를 보아야 한다고, 사장님이 차장님과 나를 위해 티켓을 구매해 주었다. 그러나 한 1시간 정도 차장님과 나는 자리에 앉아서 졸았던 기억이다. 라스베가스 쇼 구경도 일단 피로가 너무 누적되지 않아야 즐길 수 있다. 



라스베가스의 호텔은 화려했다. 거리를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박한 경험이었다. 휘황찬란한 조명들, 수많은 카지노. 온몸에 피어싱과 문신을 한 미국인들이 많았다. 호텔 1층에 위치한 카진에 아이부터 노인까지 카지노가 도박의 개념보다는 오락실에서 오락을 즐기듯 레져 활동 같은 느낌을 받았다. 라스베가스가 사막이었다는데, 이 사막을 위대햔 관광지로 만들어 버린  상상력과 자본력의 만남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라스베가스에 처음온 기념으로 카지노를 경험해야 한다며, 함께 출장온 차장님과 함께 좋은 호텔로 이동을 했다. 아무래도 해외 출장의 경우 비용을 아끼려 하다보면, 전시회장과 조금 더 떨어진 곳에 호텔을 잡는다. 전시회장과 보통 가까울 수록 호텔의 비용이 높고 시설이 좋다. 카지노를 경험하러 들어간 호텔엔 쇼걸들이 나와서 봉춤 및 쇼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호텔내에 있는 나이트 클럽은 정잡을 빼입고 휴가를 즐기러온 미국의 젊은이 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카지노 입장시에 여권을 검사당했다. 동양인의 경우 아무래도 미국사람들과 비교해서 키도 작고 동안으로 보이기 때문에 여권은 잘 가지고 다니는 게 좋다.  


 길거리에 다니다 보면 마블시리즈에 나오는 영웅들의 코스프레 옷을 입거나, 섹시한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찍고 나면 팁을 줘야 한다. 돈을 지불해야 하긴 하지만 그렇게 사진을 찍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는데, 함께 동행한 차장님께서 쓸데없는데 돈 쓸 필요 없다며 그냥 마음속에 저장만 해두었다. 미국에 가보니 팁문화가 발달해 있었다. 음식점에 갔다면 음식값은 세금포함하여 음시값대로 지불하고, 팁은 또 따로 지불한다. 팁은 그 가게에서 서빙을 하는 종업원들이 월급이외에 얻을 수 있는 부수입이다. 그러한 정신과 문화는 좋은 것 같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니까. 사장님께서 호텔을 나오기 전, 침대에 최소 1달러 2달러는 팁으로 올려 놓으라고 잔돈도 주시곤 했다. 



차장님과 항상 동행하다 보니 크게 상담을 주도적으로 할일은 있지 않았다. 옆에서 보조를 하고 배우는 업무가 컸다. 미팅이 여러건 있을 때에는 차장님은 미국 바이어들과 별도로 미팅을 진행하고, 사장님과 나는 교포 바이어와 미팅을 갖기도 했다. 중국 직원들은 비용상의 이유로 미국 전시회 출장에 데려오지 않았는데, 이부분도 참 아쉬웠다. 해외영업사원의 동기부여는 실적달성시 성과급 및 해외출장을 통해 여러가지 안목, 생각의 크기 등을 넓히는 것인데, 아쉬웠다.  직원에게 투자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개인의 사고, 능력, 스킬이 향상되면 회사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인데, 고용주의 입장은 또 다를 수도 있고. 미국 출장길에 오르고 싶어했던, 중국 대리가 생각났다.  아침에 차장님과 나는 전시회장으로 먼저 출근을 하였다. 가는 길에 스타벅스에 들려서 커피,베이글, 그리고 과일을 좀 사서 갔다. 블루베리가 크고 엄청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전시회 부스 참가를 하지는 않았고, 또한 내가 주도적으로 크게 할 일은 없고, 보조만 잘 하면 되는 출장이어서 순탄하게 출장 일정은 끝났다. 차장님은 바로 중국으로 복귀하지 않고, 캐나다에 있는 빅바이어를 직접 만나러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바로 저런게 진짜 해외영업인에도. 캐나다 출장길에도 같이 동행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웠다. 이 밤이 지나면 이제 다시 라스베가스를 떠나야 하기에, 라스베가스에 있는 다양한 호텔 등을 방문했다. 호텔마다 다양한 디자인, 그리고 거리에 있는 명품 샵들. 이 밤이 지난면 또 언제 라스베가스에 올지 모르니 다리가 아프도록 걷고 또 걸었다. 

 

 미국의 큰 부자들의 경우 전용기 및 전용헬기를 타고 이동한다. 라스베가스에 있을때, 2-3대의 헬기를 보았다. 어느 정도의 부를 쌓으면 헬기를 타고 이동할까?


 


라스베가스에서 전시회 일정을 마치고 LA로 이동을 했다. LA는 교포바이어들이 주로 있다. 처음 방문했던 LA 한인타운의 모습은 약간 충격이었다. 우리가 미국이라고 생각을 하면 왠지 모든 것들이 다 앞서 있고, 세련될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내가 태어나지 않은 과거로 간 듯한 느낌도 받았다. '양장점, 과자점'  이런 생소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과 교포 바이어와 LA에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를 방문했다. 스테이크 하우스에 동전을 넣으면 음악이 나오는 기계가 있었다. 재즈 음악에 맞추어 찐하게 커플 블루스를 추던 한 흑인 커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주어진 삶을 즐길 수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교포바이어가 고향인 한국에 출장 또는 명절에 방문하면 오랜만에 보았다고, 사람들이 대접을 잘 한다며 한우를 대접하곤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먹긴 하지만, 고기는 LA에서 좋은 품질로 실 컷 먹고 있으므로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도 생각이 난다. 


 4박 6일 정도의 짧은 출장이지만 해외출장은 언제나 특별하다. 승무원으로 근무할 때, 문득 지금은 기내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서비스를 받는 날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 때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 승무원을 그만 두어야 했고, 교육회사에서 진로에 고민하다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중국에서 일하게 된 나는 해외영업인으로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짧은 기간의 해외출장 이지만 다양한 문화, 음식, 바이어와의 미팅 등을 통해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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