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이었다
눈발이 길을 지우는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짜장면 가게 주인이 기름때 묻은 앞치마를 풀 때쯤
한 사내가 아이의 손목을 잡고 들어섰다
아이는 숨은 헐떡거렸다
사낸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켰다
주방장은 말없이 앞치마를 다시 둘렀고
창밖을 쳐다보는 사내의 입가엔
마시다만 막걸리 냄새가 났다
눈 내린 크리스마스이브.
일용직 노동을 마친 아비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나간다.
몇 군데 불 꺼진 중국식당을 지나 가까스로 다다른 짜장면집
지갑이 가벼운 아빈 짜장면 한 그릇을 시키고 아이의 눈을 피하려고 창밖을 본다.
과거 가난한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