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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민 Feb 16. 2023

2022-23년의 러시아군은 정말 오합지졸일까?

아자 가트의 『문명과 전쟁』을 통해 보는 현대전에 대한 고찰

이 글은 2023년 2월 2일 대안 언론 플랫폼 얼룩소(https://alook.so/)에 포스팅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글입니다. 얼룩소는 간단한 설문 몇 개를 거치면 무료 회원가입 및 구독이 가능하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원문은 링크한 얼룩소 포스팅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군은 정말로 규모만 큰 오합지졸, 허수아비 군대에 불과할까? 그래서 군사력 측면에서 상대도 안 되어 보이는 우크라이나군을 조기에 무력화하기는 커녕 일 년이 넘도록 막대한 손실을 누적하며, 심지어 대규모 징집까지 감행해 가며 장기전을 이어 가는 것일까?
  물론 필자는 러시아군이 매우 효율적이고 질적 수준이 대단히 높은 군대라고 보지는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와 부조리로 인해, 러시아군은 서방 세계 같으면 이미 퇴출된 무기체계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가 하면 데도브시나(дедовщина)라 불리는 극심한 내무부조리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오로지 이 때문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인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따지고 보면 러시아군보다 훨씬 선진적이고 전투력도 강한 미군 역시, 베트남 전쟁은 물론 1990년대의 소말리아 내전, 2000년대-2010년대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전쟁에서 막대한 전비와 우수한 무기, 정예병력을 투입하고도 전쟁에서 패하거나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던가. 러시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소련 역시 1970년대 말~1980년대에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가 무자헤딘 민병대를 섬멸하기는커녕 소련의 해체만 앞당기는 자충수를 둔 바 있다. 그리고 미군이 상대했던 북베트남군이나 소말리아 민병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무장 세력, 소련이 상대했던 무자헤딘 게릴라의 전력은 우크라이나군보다도 훨씬 약했다. 즉, 러시아보다도 훨씬 국력과 군사력이 강했던 미국과 구소련은 우크라이나군보다도 약한 적군, 심지어 정규군도 아닌 민병대 수준의 무장조직을 상대로 졸전을 이어 간 셈이다. 그런 점에서 어떻게 보면 2022-23년 러시아군이 보여 주고 있는 '졸전'은 심각한 졸전도 아니라고 변호할 여지조차 있는 듯도 하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일까?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교수로 이스라엘군 예비역 소령이기도 한 아자 가트(Azar Gat)의 명저 『문명과 전쟁』은 이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은,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미군이나 구소련군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현대전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지 강대국의 군대가 군기가 빠진 허수아비 군대에 불과해서 나온 졸전이 아니다...


https://alook.so/posts/Djt6eB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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