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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아그로우 May 02. 2023

4장. 발전적인 VoE는 멍석을 깔아줘야 나온다

조직문화는 이벤트가 아니다

 



회사 내·외부의 VOE(Voice of Emploee)를 훑어봤다면, 무엇이 구성원의 Pain Point인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조직은 '수직적' '공유하지 않는' '눈치'라는 키워드가 나타났다. 하지만 무엇이 수직적인지, 무엇을 공유하지 않는 것인지, 무엇에 대해 눈치를 보는지에 대해 구체화가 필요하다. 과거의 VOE는 말 그대로 이미 과거의 이야기였고, 상황과 조직에 따라 키워드에 대한 해석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VOE는

현상에 대한 불편함 또는 좋음에 대한 주관적인 관점이라서 구체적인 개선점에 대한 내용은 찾기 힘들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

사내 익명게시판을 만들자! 사내와 익명이 창과 방패 같은 존재임을 구성원들이 모를까? 쓰지 않을 것이다.

설문조사를 할까? 무엇에 대해? 이제 설문조사라면 지긋지긋한데?

FGI(Focus Group Interview) 정성조사를 하면 어때? 좋은데? 그런데 한 번만 해도 되나?

그럼, TFT(Task Force Team)를 만들자!

(참고로 우리 조직은 TFT를 참~ 좋아한다)

조직문화 TFT를 주니어 중심으로 구성한다 보고했고, 바로 해보자!라는 승인이 났다

 보통의 TFT 멤버 구성은 Top Down으로 진행된다. 해당 과업에 필요한 직무나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TF 리더가 섭외하여 꾸려지는데, 이번 조직문화 TFT는 취지를 살려 '공개모집'하기로 했다. 신청 및 추천대상은 주니어, 조직문화에 관심 있는 자, 직접 개선에 참여하고 싶은 자로 공지하고 모집이 안 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꽤 많은 구성원의 신청과 추천이 들어왔다. 12명 선발하는데 약 3:1의 경쟁률로 신청이 들어온 것이다! (우리 조직에서 이 정도면 대박이다!)

 

 선발절차를 진행했다. 본인이 신청한 자는 해당 부서장에게 협조요청을 직접 의뢰하고, 추천받은 자는 본인에게 추천받은 사실을 알려주고 참여할 의사를 물었다. 부담스럽다는 몇 명이 있었지만, 대부분 한번 해 보고 싶다고 응답했다. 아마 주니어(대리 이하) 중심으로 멤버를 모집하는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된다.


 선발과정을 거친 12명의 정예멤버가 TFT활동을 시작했다. 그들의 주요 활동은 주니어들의 VoE를 수렴하는 것이다.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여러 가지 수렴방법들이 나왔고, 모두 다 수용하기로 했다. 대면 인터뷰, 온라인 설문조사, 아날로그식 우체통 엽서 등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8가지 카테고리에 대한 VoE가 생생하게 수집되었다. 12명이 3개월간 500여 건의 VoE가 모였는데 그중 제일 많은 카테고리는 역시 '워라밸'과 '정보공유'었다.


 '워라밸'은 '수직적+눈치'라는 키워드와 연결되어 있었다.

'공유일에 연차 붙여서 쉬고 싶은데, 말하기 눈치 보여요'

'연차 사용한다고 얘기하고 써야 하나요?'

'시차근로제 신청하고 싶은데, 쓰는 사람 눈치 주는 거 같아요'

'연차 100% 사용하고 싶어요' 등등의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럼 이 부분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연차 사용 캠페인도 좋고, 다른 부서나 직급 연차 소진율을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는 여기에 팀장 KPI에 팀원 연차 100% 소진 시, 가점을 주는 방법을 택하고, 누구나 쓰고 싶어 하는 샌드위치 데이에 공동연차를 선언해서 모두 눈치 없이 연차를 사용하도록 제도화했다. 워라밸은 조직문화 개선의 가장 쉽고 돈도 안 들고 가시적인 작은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과제이다.


 '정보공유'는 '공유+눈치+수직적'이라는 키워드가 모두 결합된 내용이다. 우리 구성원이 원하는 공유는 무엇일까? 수직적 문화는 어떤 것일까? 상명하복, 군대식, 까라면 까 이런 것을 수직직 문화의 모습으로 생각하고 혐오스러워 할 수 있다. 그럼 구성원들이 원하는 수평적 문화는 무엇일까? 수평적 문화라 하면 흔히들 '~님'호칭을 쓰고, 반바지를 입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왜 팀장한테만 공유하나요?'

 '이 업무 배경이 뭔가요?'

 '코로나 상황 왜 안 알려주나요?'

 '성과평가 기준이 뭔가요?' 등의 의견은 수직적 문화가 [정보]의 양에 따른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임원은 아는 내용이 팀장은 모르고, 팀장은 아는 내용은 팀원은 모르고, 사무직은 아는 내용이 현장직은 모르고... 이런 정보공유의 불투명성이 구성원의 두 번째 Pain Point였다. 그래서 공식적인 Letter를 발행하기로 했다. 구성원이 궁금해하는 경영현황이나, 공동연차일, 신설제도, FAQ 등을 담아낸 Letter이다. Letter가 발행되면서 외부 VOE인 블라인드에 게시글이 줄어든 건 우연의 일치일까?


 TFT멤버들은 본인들이 수집해 온 VOE가 즉각적으로 경영진에 의해 결정되고 바뀌어 가는 걸 보면서 효능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구성원들은 불편한 사항이나 불만이 생기면 TFT멤버들을 찾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직에 생기는 느낌이다. 첫 단추가 잘 끼워졌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030300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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