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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웡카 (2023)」

by 전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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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ka」 63/100


… 모두에게 평생 동안 먹을 초콜릿과 사탕을 드리겠습니다!

… all of them will be given enough chocolates and sweets to last them for the rest of their lives!

로알드 달 (Roald Dahl, 1916-1990) -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초콜릿이 흐르는 폭포와 강물, 김이 피어오르는 따듯한 캐러멜 호수, 손에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맛을 느낄 수 있다는 퍼지, 토마토 수프, 로스트비프와 구운 통감자, 그리고 블루베리 파이와 아이스크림 맛이 나는 식사 대용 껌… 어린 시절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으며 온갖 종류의 특이하고 이국적인 과자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안에서 달콤한 맛이 느껴져 저절로 군침이 돌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은 가학적인 부분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그때 내게 있어서 그건 정말 환상적인 체험이었다. 어머니가 항상 먹지 말라고 했던 온갖 과자들이 깔려있을 윌리 웡카의 공장을 상상해 보며,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고는 했다.


「웡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소설의 이전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배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평생을 초콜릿만 연구해온 웡카가 도시에 도착해 온갖 역경과 방해를 이겨내고 결국 자신의 초콜릿 공장을 차린다는 내용의 오리지널 스토리로 전개된다. 어쩐지 디즈니가 생각나는 흥겨운 뮤지컬 음악들과, 보는 내내 눈이 즐거운 시각적 요소들, 가벼운 농담, 웡카와 그 주변 인물들의 긍정적인 성격, 뚜렷하게 구별된 선과 악, 온갖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것들, 그리고 긴장은 고조시키되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는 여러 위기 상황들을 통한 전개는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즐기러 온 가족들의 요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먹으면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초콜릿 하며, 초콜릿 꽃과 먹을 수 있는 솜사탕 구름, 한 줄기 빛과 같은 생각을 번뜩이게 해주는 초콜릿과도 같은 기상천외한 초콜릿들, 그리고 그걸 만드는데 사용되는 기린 우유라던가 황실 직속 정원사가 하나하나 골라 담았다는 체리며, 예티의 땀 같은 더욱더 기상천외한 재료들. 상상 속에서 그려보기만 했던 모든 것들이 영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우리를 고화질의 꿈속으로 데려간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가학적인 부분들을 덜어내고, 꿈과 희망, 그리고 달콤한 초콜릿만 취해둔 것 같은 영화.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슨이라던가, 키&필로 유명한 키건 마이클 키와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코미디언들이 등장하는 만큼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이 즐겁다. 영어를 조금 안다면 자막으로는 알 수 없는 그들의 말장난과 또 음악과 대사 속에 들어있는 운율에 집중해서 보자. 그러한 부분에 꽤나 많은 공을 들였기에 조금 더 재밌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관람 일자


2024/01/31 - 메가박스 검단 3관

2024/03/08 - CGV 부평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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