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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하드코어: 스크린 성 해방 (1971)」

by 전율산

「Sexual Liberty Now」 40/100


… 음란물에 대한 노출과 성인에게 있어서의 즉각적이거나 지연된 반사회적 행동 사이의 의미 있는 인과 관계나 중요한 상관 관계를 확립하는 데 실패했다.

… fails to establish a meaningful causal relationship or even significant correlation between exposure to erotica and immediate or delayed antisocial behavior among adults.

President's Commission on Obscenity and Pornography - 《The report of the Commission on Obscenity and Pornography (1971)》


1969년 린든 B. 존슨 (Lyndon B. Johnson, 1908-1973) 당시 미 대통령은 포르노의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대통령 직권 하의 음란물, 포르노 조사 위원회(President's Commission on Obscenity and Pornography)를 구성하였고, 이들은 곧 포르노의 유해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음란물 규제와 관련하여, 헌법적, 도덕적 문제들을 검토하고, 이러한 음란물이 반사회적인 행동들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규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반대로 1970년 이들이 발표한 보고서에는 음란물이 어떠한 유해성을 가진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었으며, 오히려 이를 금지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를 가진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죠. 미 상원은 이 보고서에 대해 많은 비판을 가했고, 결국 이 보고서는 거부되고 맙니다.


「하드코어: 스크린 성 해방」은 이러한 거부에 대해 강렬히 반대했습니다. "당장 성적 자유를 (Sexual Liberty Now)"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영화는 포르노가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그러한 욕구는 자유로운 것이므로 억제하는 것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장면은 실제 성교 행위를 포함하는 포르노 영상에서 따왔습니다. 이러한 영상들이 재생되는 와중, 내레이터는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대중의 생각, 조사 위원회의 생각, 그리고 왜 우리가 성적 충동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야 하는지, 성적 충동을 억압했을 때 어떠한 반발 효과가 발생하는지 등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찬성론적 입장들을 제시하고 있죠.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감독은 아름다운 성적 충동과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포르노그래피를 촬영하여 제시하며 바람직한 우리의 성생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가 재생되는 내내 아주 수위 높은 성교육을 받는 듯한 기분이었네요. 그러나 동시에 그 모든 영상들이 성적 충동을 자극하기 위한 영상들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음란하다고 느끼거나 외설적인 목적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느낌은 크게 받지 못했습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적절한 영상들이 제시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느낌은 전달하는 메시지가 건전한 성적인 생활,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찬성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장려에 가까운 내용이었기 때문인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다큐멘터리 부분을 전부 지나고 나오는 영화의 끝자락, 감독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단편은 최악이었는데, 웅장한 음향 효과가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과 더불어 마지막 장면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몇 번이고 거듭되어도 끝나지 않아 피로감이 조금 많이 쌓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이 부분에서 감독이 다큐멘터리 제작에는 제법 능력이 있지만, 서정을 전달하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요. 강조 효과를 노린 듯합니다만 똑같은 이야기를 너무 많이 반복하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요. 반복되고 강조되는 소리는 사람을 짜증나게 해요.


관람 일자


2024/07/07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시청 판타스틱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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