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25.10.15) 아침에 접한 주요 뉴스 중 눈에 띄는 게 2개 있었다.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미국과 영국도 칼을 빼들었다는 점, 그리고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캄보디아에 있는 '프린스 그룹(Prince Group)'라는 회사에 대해 미국과 영국은 금융을 제재했다. 프린스 그룹 회장인 천즈는 1987년생이다. 그는 사실상 범죄 집단인 기업을 운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그룹은 카지노 및 레저 산업, 암호화폐 플랫폼 등 사업 영역을 문어발 식으로 확장해왔다고 한다.
'이렇게 젊은 인간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법 기술을 부리면 공권력이 허술한 나라 어디라도 도주해서 계속 안 붙잡히고 기업인 행세를 하겠구나.'
퍼뜩 든 생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관련 뉴스를 좀 더 보니 천즈는 위기 때 도망칠 만한 보금자리도 준비해 두려 했나 보다. 그는 다른 나라의 시민권을 사들인 혐의도 받는 중이다. 키프로스와 바누아투. 이름도 생소한 국가들이다. 전자는 중동에, 후자는 오세아니아에 있는 섬나라다. 이런 외진 곳을 선택한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두 나라 모두 안심하고 불법을 저질러도 될 만큼 공권력이 허술할 가능성이 크다.
섬뜩한 국내 뉴스가 또 있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구속되지 않았다. 내란 주요 업무 종사자 혐의를 받는 인물을 풀어준 이유는 뭘까? 피의자가 행한 일련의 행위에 대해 위법성을 다툴 여지가 있다는 점, 수사 진행 과정에서 출석한 행동 등을 고려했을 때 도주·증거인멸의 염려가 높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점이었다.
내 눈엔 범죄 조직 수장인 천즈나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성재, 한덕수 같은 인물이 모두 같은 종족으로 보인다. 이들은 악의 속성을 너무나도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 천즈에 대해 생각해 본다. 빈곤 국가인 캄보디아는 자국민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되고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은 누구라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는 합법적 테두리 하에서 그럴싸해 보이는 이름으로 이윤을 창출했으리라. 이 과정에서 현지 공무원들도, 장기 독재 중인 통치자도 눈을 감아 주었으리라. 윗 물이 썩으면 아랫 물도 썩는 법.
증오가 커지면 대중은 이 감정을 배설할 만한 대상을 찾는다. 이때 어디를, 누구를 겨냥하며 화내야 할지를 정확히 겨냥하도록 도와주는 건 언론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 언론은 낚시성 속보질로 오히려 대중의 눈을 흐리는 중이다. 피해자 규모, 급파되는 공무원 현황 등은 실시간 중계하지만 캄보디아 사태가 심각해진 원인은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소위 기성 귀족 매체는 이 틈을 타서 이재명 정부를 흠집 내고 있다. 오늘따라 자극적 썸네일과 제목질로 조회 수를 따먹는 중이다. 많은 기성 언론에서는 빠른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현 정부의 무능함을 집중적으로 질타한다. 윤석열한테는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얻어먹었던 기래기들이 이런 짓을 하고 있다.
댓글 알바도 맹활약하는 모양새다. 이러면 이재명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낮아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건가? SNS에 달리는 댓글 내용은 대개 비슷하다. 예를 들면 : 캄보디아 범죄 단체 수장이 중국인임을 강조한다. 미국 조지아 주 근로자 구금 사태와 캄보디아 범죄를 연결 지으며 이재명을 중국인으로 몰아붙인다. 현 정부가 국민을 지켜주기를 바라지 말라고 외친다.
바퀴벌레처럼 암약하는 댓글 세력은 극우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들은 가짜 뉴스를 재료 삼아 정권의 위기를 조장하고 국민들의 공포를 자극하며 혐중 여론을 선동한다.
지금 새 정부에서는 윤석열 일당이 싸지른 똥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윤 정권 때부터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 금융 범죄는 진작 규모를 키워가고 있었다. 하지만 윤 정부에서는 ODA라는 명목으로 유독 캄보디아에만 전례도, 근거도 부족한 해외 원조를 단행했다. 경찰 내 외사 인력은 감축시켰다.
내 눈엔 윤석열을 키운 한국 언론과 내란 정당, 통일교 집단이, 금융 범죄자를 방조한 캄보디아 정권, 일대일로라는 구호 아래 차이나 머니를 퍼부어서 한적한 캄보디아 시골을 도박 도시로 변모시킨 중국 자본 세력이 모두 거대 악으로 보인다. 악행으로 지탱하는 이 생태계에 기생하는, 환호하는, 혹은 현혹당하는 사람들은 어느 선까지 증오해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찌라시 뉴스들을 보면 시야가 흐려지고 머리만 어지러울 뿐.
캄보디아 사태가 여론의 주목을 받다 보니 골치 아픈 법적 사안은 대중의 시선을 벗어날 판이다. 보도되지 않는 내란 관련 사안들은 모두 밀실화 되고 있다. 특검 파견 검사들은 태업 중이라고 반짝 보도가 나오더니 지금은 어떤 분위기인지 알 길이 없다. 내란 재판도 일부만 공개되었을 뿐이다. 노상원, 김용현 등은 어떻게 재판을 받는 중인지 우리는 모른다. 한덕수에 이어 박성재까지 불구속되니 이젠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범 재판이 향후 어떻게 굴러갈 지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한덕수는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자문역을 했었다. 박성재는 전직 검사였다. 이들 구속영장을 기각시킨 판사들은 사실상 조희대 대법원장의 졸개다. 다들 썩을 대로 썩은 사법 카르텔 내에서 기생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비들은 전문 용어로 법조문 요지를 흐릿하게 만드는 글솜씨를 뽐내는 중이다. 마치 법적 논리로 숙고한 결과인 양 명백한 행위 증거가 있는 피의자들을 풀어주고 있다.
여태까지 12.3 내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피가 거꾸로 솟을 만큼 화가 솟구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 아침엔 공포가 엄습했다. 이렇게 미꾸라지처럼 범죄자들이 풀려나면 내란을 단죄하는 건 불가능하다. 민주 계열이 아닌 다른 정치 세력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불법 계엄이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난 못 믿겠다.
입이 아프다. 더 말해 무엇하랴. 아직 내란 가담 혐의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인물들은 수두룩하다. 국민들은 법정에 공개된 CCTV에서 한덕수가 내란 당일 국무회의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똑똑히 보았다. 그 자리에서 웃고 있던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던 모습을. 박성재는 교도소에 수용 가능한 인원에 대해 보고를 받았고, 특정 인물들에 대해 계엄날 공항 출국 금지 명령을 내린 혐의도 있다. 계엄 후 안가 회의 참석자이기도 하다.
악은 합법의 탈을 쓸 때 강력해진다. 지능을 갖출 때 교활해진다. 제도에 뿌리내릴 때 단단해진다.
이 요건들을 모두 갖춘 대한민국 사법부, 그 안에 기생하는 법비들이야 말로 12.3 내란 방조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