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타고 30일, 아프리카 - 02
나 혼자 잠보, 아프리카 배낭여행 - 01
요즘엔 이미 아프리카를 다녀온 여행자들이 현지 정보를 공유한 온라인 콘텐츠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 수준처럼 아프리카 여행에 특화된 가이드북이 없다시피 하다.
아프리카라는 미지의 땅을 밟아보려는 꿈은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가져볼 만하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면 현실에서 여러 가지 벽에 부딪힌다. 과연 내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지 결정하는 단계, 그다음 어디를 어떤 식으로 여행할지 결정하는 단계,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정보를 수집하며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결제를 해야 하는 순간에 정신줄을 붙잡아 보자.
우선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여행 경로를 살펴보자.
당신은 이미 아프리카 여행 계획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이런 욕구를 느낀다면 이젠 나도 모르게 어느 나라로 먼저 비행기를 타고 들어갈지(IN), 언제 어디에서 한국행으로 빠져나올지(OUT) 고민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매사에 ‘빨리빨리’, ‘알차게’가 익숙한 한국인 아닌가. 굳이 2-3주 정도로 짧은 기간 동안 그 넓은 대륙에서 꼭 구경해야 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사람들은 대개 아래와 같은 경로를 선택한다. 패키지여행 상품도 이런 인기 경로 위주로 있는 편이다.
[ 아래에서 위로 북상할 경우-파란색 ]
경로 1. 나미비아 - (보츠와나) - 잠비아 - (짐바브웨) - 탄자니아
경로 2. 남아프리카공화국 - 나미비아 - (보츠와나) - 잠비아
[ 위에서 아래로 남하할 경우-빨간색 ]
경로 3. 에티오피아 - 케냐 - 탄자니아
[ 딱 한 나라만 선택하기 ]
경로 4.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케냐, 마다가스카르 등
2-3주도 사실 빠듯하게 잡은 일정이다. [경로 1]에 있는 모든 나라를 2-3주 안에 여행하려면 그룹 투어를 이용해서 국경을 넘나드는데 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하며 알차게 돌아보는 걸 추천한다. 이 일정 안에 단독으로 모든 나라를 가려면 버스 등 저렴한 수단 대신 항공편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관광지만 훑어보는 수준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한다. 사실상 공항 간 이동을 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게 되고 정말 마음만 바빠진다.
[경로 1,2]에서 (보츠와나)라고 표시한 이유는 많은 여행자들이 시간이 모자라면 보츠와나를 지나치기 때문이다. 보통 관광객들이 보츠와나를 가려하는 이유는 딱 하나, 바로 오카방고 델타(삼각주)를 보기 위해서다.
[경로 1]에서 (짐바브웨)라고 표시한 이유는 관광객들의 경우 잠비아와 짐바브웨 국경을 넘나들며 빅토리아 폭포를 당일에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 국경에 걸쳐 있는 빅토리아 폭포는 아프리카에서 대표적 관광 명소이다.
개인이 자유여행으로 이런 짧은 일정을 가는 경우는 없으리라. 항공편으로 한국에서 아프리카로 IN-OUT 하는 일정만 총 4일은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세계여행 중 아프리카 1-2개 나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경로에 있고, 짧은 시간 동안 알차게 구경할 목적이라면 관광 일정만 1주일을 잡는 건 가능하리라 본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경우라면 이 먼 곳을 가는데 이렇게 짧은 기간을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그렇더라도 직장인이 긴 휴가를 쓰는 게 워낙 어려운 대한민국 아닌가. 실제로 여행 도중 10일 일정으로 2개 나라를 여행하는 중국인 관광객, 킬리만자로 등산 위주로 단기 여행 중인 한국인 관광객들을 꽤 보았다. 우리나라처럼 직장에서 장기 휴가를 내기 어려운 아시아 국가 관광객들은 단기 여행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리라.
그래서인지 알짜배기 구경거리 위주로 일정을 짜 놓은 2주 이내 여행 상품들, 심지어 1주짜리 상품도 인터넷 검색 시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상품들은 국경을 비행기로 넘나들며 관광명소만 빠른 시간 내에 훑어보는 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되면 패키지여행 상품 가격은 어마무시하게 올라간다. 아프리카 내에서 국가 간 이동 시 항공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차나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보다 엄청 비싸다. 항공편으로 이동하는 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배낭여행객에겐 사치다.
한 달 동안 아래 일정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국경을 넘나들며 관광지만 훑어보는 식으로 정말 바쁘게 돌아다녀야 했다. 결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한나절 동안 스치고만 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국가가 되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 나미비아 - 잠비아 - 짐바브웨 - 탄자니아 - 이집트
'그저 한 달이면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남아공(IN) - 이집트(OUT) 항공권을 환불 불가능한 조건으로 결제해 버린 게 문제였다. 때문에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부터 이게 너무 무리한 일정임을 알았다. 그나마 나머지 5개 나라를 다 다녀올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 간 이동 시 주로 항공편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좀 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저렴한 버스 등으로 이동할 수도 있었지만 그걸 알면서도 시간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 달 일정으로 비용 면에서 경제적이고 시간적 여유를 누리며 알차게 다녀오기 위해선 여행 국가를 1/2로 줄였어야만 했다. 그렇다면 4주간 좀 더 여유 있게 버스, 기차 편으로 이동하기에도 좋았을 것이다. 아프리카를 처음 가보는 사람이라면 나미비아 - 잠비아 - 탄자니아(혹은 케냐) 정도로 경로를 추천하고 싶다. 물론 이 세 나라도 우리나라에선 현재 직항이 없으니 케냐 나이로비(IN)를 해서 탄자니아로 넘어가 남하하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IN)에서 나미비아로 버스로 넘어간 후 북상하는 경로로 여행을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왜 이 3-4개 나라를 추천하냐면 사람들이 처음 아프리카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아래 관광지를 모두 거쳐가기 때문이다.
나미비아 - 나미브 사막
잠비아 - 빅토리아 폭포(잠비아-짐바브웨 국경을 넘나들며 당일 관광 가능)
탄자니아 - 세렝기티 국립공원, 킬리만자로 산
케냐 -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세렝기티 혹은 마사이마라 중 택 1)
자, 이제 아프리카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낼 결심이 섰다면 가고 싶은 나라를 정해 보자.
* 이 글은 뉴스 앱 '헤드라잇' [나혼자 잠보!l 아프리카 배낭여행] 2023.08.30 콘텐츠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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