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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광선 Sep 06. 2023

남아공 케이프타운 공항 택시 & 우버 이용기

걷고 타고 30일, 아프리카 - 06

케이프타운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과정은 살 떨리게 무서웠다. 돌이켜보면 아프리카 땅을 처음 밟은 날이라 현지 치안 수준을 제대로 감 잡지 못해서였다.  


늦은 오후에 입국 수속을 마친 후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이동을 최소화하려고 공항 내 슈퍼마켓 및 드럭 스토어에서 음료수 및 간단한 저녁거리, 전기 콘센트 어댑터 등을 구매하고 택시를 타려 하니 도대체 뭘 타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남아공에서 택시나 우버를 이용하는 게 얼마나 안전한지 모르니 여행 준비를 하며 많은 자료들을 검색했다. 노란색 택시 모양 표시가 없는 차는 절대 타지 말라는 글도 보았고, 우버 범죄가 늘어날 때는 우버 이용을 자제하고 안전 수칙을 당부하는 글도 읽었다. 우버에 관광객이 탔을 경우 강도나 택시 기사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관광객이 기사 옆 자리에 친구인 척 타고 말을 걸면서 이동하라는 글도 읽은 적이 있다. 이런 말과는 반대로 남아공에선 우버가 편하니 택시 대신 우버를 타라는 여행기도 보았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건가… 우버를 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검색을 하면 할수록 머릿속은 복잡해지기만 했다. 더군다나 지금 공항에는 오로지 공항 택시 기사들만 보이고 난 유심이 없다. 아니, 안 샀다. 채 하루도 머무르지 않을 텐데 유심을 사는 게 돈이 아까워서였다.


그런데 적어도 이런 차량을 탔을 때 뒷자리 트렁크를 열어서 비어 있는 걸 확인하고, 차량 번호를 찍어서 지인에게 전송해 놓으라고 외교부에서 안내하는 이유는 알 것 같았다.





늦은 오후 시간, 공항 밖은 찌는 듯하게 덥더니 석양이 내리 앉으며 저녁 6시쯤 되자 금세 바깥공기가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공항 안에서 쇼핑을 하는 동안 로비를 메웠던 여행객들은 거의 사라지고 난 택시를 찾아야만 했다.


저녁 6시경, 케이프타운 공항



금세 호객행위를 하는 흑인 기사들이 따라붙기 시작했고, 모두들 체격이 건장해 보였다. 나를 에워싼 인파 속에서 정신줄을 놓기 직전, 나이가 어려 보이는 남자 기사를 따라 반은 떠밀리듯 공항 주차장으로 향했다. 일단 노란색 명함 크기의 공항 택시 기사(Airport Taxi Driver)라는 명찰 목걸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유심도 구입하지 않은 나를 속으로 탓했다.


그냥 유심을 사서 앱으로 차량번호를 알 수 있는 우버를 부를 걸, 푼돈을 아낀다고 목숨을 걸어..?


그 남자를 따라 주차장에 가서 택시에 올라타려 하는 순간 차 모양이 뭔가 찜찜했다. 이건 우버 차량이 아니고 분명 택시라고 들었는데, 미리 인터넷에서 봐둔 택시 모양도 분명 아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차량 탑승 전 우선 뒷자리에 보이는 차 번호판 사진부터 찍었다. 뒷 트렁크도 확인했다. 이러면서 차 타기를 멈칫하니 그 젊은 남자는 더더욱 적극적으로 자기 명찰 목걸이를 가리키며 괜찮다고 말했다. 당시 내 머리로는 이제 이걸 타는 거 외엔 아무런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 터라 일단 뒷자리에 탔다. 타자마자 로밍 데이터 요금 나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싶어 외교부 지침대로 가족 전화번호로 일단 차 번호판 사진을 문자 전송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장애로 실패.



기사에게 허락받고 우버 차량 번호판을 찍었다.


결국 공항 가까이 있는 호텔까지 무사히 올 수는 있었다. 이 남자는 내가 공항으로 다시 와야 하는 다음날에도 정확히 시간을 맞춰 오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일단 얼떨결에 무사히 이용을 했으니 내일 새벽 4시까지 이 호텔 앞에 와 달라고 말하고 헤어졌다. 공항 택시 요금을 주었으니 아마도 현지 시내 우버나 택시 요금보다는 비쌀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저것 따질만한 여력이 없었다.


택시를 탔던 시간은 5분 정도밖에 안 된다. 짧은 시간 동안 이 젊은 청년 기사는 열심히 떠들었다. 자신이 미혼이고 두 동생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밤낮없이 벌어야 한다고, 반드시 다음날 픽업 약속을 지킬 거라고 말하길래 다음날 택시 요금까지 구두로 합의한 후 헤어졌다.


하지만 그 남자는 다음 날 나타나지 않았다.





어제 약속대로 택시 기사가 새벽 4시까지 호텔 앞에 오기를 기다렸다. 몇 시간 얕은 잠을 잔 뒤 일찌감치 체크아웃도 마쳤다. 그런데 4시 10분이 지나도 그 택시는 오지 않았다.


난 아침 6시 20분 나미비아행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좀 전에 인사를 주고받았던 건물 경비원 아저씨에게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았다. 물론 그 기사에게 돈을 먼저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건 없었다. 그 경비원 아저씨는 손수 우버 차량을 검색해서 불러주려 했다. 나도 호텔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우버 차량을 검색했다. 그런데 이렇게 이른 새벽도 수요가 몰리는 인기 시간대인지 우버도 바로 잡히지 않는 거다. 결국 내 핸드폰으로 우버 택시를 잡아 탈 수 있었다.


하차할 때 기사에게 요금을 현금 혹은 카드 중 뭘로 지불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가 현금을 달라고 하길래 요금을 지불하고 공항에는 무사히 도착했다.




이중(현금, 카드)으로

지불한 우버 요금을

환불받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무심코 우버 앱에서 이용 내역을 검색해 보고 미리 등록해 두었던 신용카드에서 당시 공항까지 탔던 우버 이용요금이 빠져나간 걸 발견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이중으로 요금을 낸 셈이어서 황당했다. 카드 내역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고객센터에 문의글을 남겼다. 그러니 처음에는 내가 우버 요금 시스템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답변 메일이 날아왔다. 이건 또 무슨 얘긴가.


더욱 황당한 기분으로 다시 항의 메일을 보냈다. 차량 수요가 많아지면 요금이 자연스럽게 오르는 우버 요금 체계와는 전혀 관련 없는 문제이며 이 차량 기사가 요금을 이중으로 받은 거라고, 다만 내가 현금 지불 후 영수증을 못 받았기에 이런 이용 내역을 입증하고 환불받을 방법이 없어서 아쉬울 뿐이라고 메일을 보내니 우여곡절 끝에 카드 결제 내역은 취소 처리가 되었다.


이런 소동을 겪으며 우버 기사에게 요금을 카드, 현금 중 뭘로 지불할지를 괜히 물어보았다고 후회했다. 그냥 확인 차원에서 물어본 거였는데. 고객이 현금으로 요금을 지불하면 우버 기사는 카드 지불이 이중으로 안 되도록 따로 조치를 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 후 아프리카 현지에서 우버를 이용할 땐 기사에게 이런 질문 자체를 하지 않고 그냥 앱으로 팁을 추가한 후 카드 결제가 되도록 내버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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