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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광선 Sep 03. 2023

유용한 아프리카 여행 준비물

나 혼자 잠보, 아프리카 배낭여행 - 05

저마다 선호하는 여행 방식이 다르니 사람마다 알차게 쓰는 준비물에도 차이가 있다. 옷, 비상식량 등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준비물들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 외 아래 물건들을 내가 어떻게 활용했는지 참고 삼아 공유하고자 한다.



① 손 세정제 & 여행용 휴지


아프리카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때면 손 씻을 물이 없고 용변 후 뒤처리를 할 휴지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료로 이용해야 하는 공공 화장실이라도 손 씻을 물은커녕 변기를 내릴 물 자체가 안 나오곤 한다. 이런 비상 상황을 대비하여 손 세정제와 휴지는 꼭 필요하다.


3콰차를 내고 받았던 화장실 영수증(잠비아)


물론 전략적으로 물 먹는 양을 조절하며 괜찮은 식당이나 숙소를 이용할 때만 화장실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낭여행 중 긴 시간 동안 버스를 타야 하는 경우라도 생기면 유료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이 경우는 정말 복불복이다.


위 사진은 내가 경악을 금치 못했던 잠비아 공공 화장실 영수증이다. 리빙스톤에서 버스로 루사카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은 예상보다 1.5배가 더 걸렸다. 중간에 버스가 멈추는 지점에서 어쩔 수 없이 3콰차를 내고 공공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어떤 서양인이 충격받은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화장실 변기에 물이 안 나와요."


생리현상은 피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갔건만 변기 상태는 충격 그 자체였다. 많은 사람들이 볼일을 본 채 물이 내려가지 않은 서양식 변기가 있었다. 그런데 변기 커버는 물론이고 엉덩이를 걸터앉는 받침 자체가 없었다. 물이 귀한 지역인 건지 내가 여행을 하는 요즘이 건기라서 물이 안 나오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손 세정제 대신 물티슈를 엄청 많이 챙겨가는 사람도 보았다. 하지만 가급적 손 세정제를 권하고 싶다. 안 그래도 아프리카를 가보면 현지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거리에 넘쳐난다. 내가 여행을 한다는 이유로 재활용이 어려운 물티슈를 챙겨간다면 아프리카 자연에 해가 될 수 밖엔 없다. 또한 물티슈는 부피를 많이 차지하고 챙기면 챙길수록 무게가 많이 나간다.


내 경우 손바닥 크기 1/2 만한 휴대용 손 세정제 1개, 여행용 티슈 2개를 챙겨갔다. 한 달 사용량으론 부족해 보였지만 배낭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이 정도만 준비했다. 그런데 너무나 조금씩 아껴 사용하다 보니 한 달 여행이 끝나고 나서도 손 세정제는 1/3 분량이, 여행용 티슈는 1/2개 정도가 남았다. 준비한 분량이 다 떨어지는 게 내겐 공포였기에 그만큼 아껴서 사용한 결과다.




② 침낭


이미지 출처: pixabay.com


혹시라도 내가 다시 아프리카 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때도 반드시 침낭을 갖고 갈 것이다. 꼭 등산이나 캠핑을 하지 않더라도 침낭은 이불 그 자체로 유용하다. 여러 숙소를 거치다 보면 과연 '주인이 이 방 이불을 제대로 세탁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때가 많다. 또한 나처럼 타자라(TAZARA) 열차 침대칸에서 며칠 자야 할 때도 침낭이 있으면 이걸 이불 삼으면 된다. 열차에서 기본으로 제공해 주는 담요는 전혀 빨지 않고 그냥 개어놓은 듯한 상태다.


여행 준비를 할 때 침낭을 고르는 데만 1개월 정도 걸렸다. 내가 결정장애가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워낙 여러 나라를 경유할 예정이라 지역별로 기후가 달라 적절한 침낭 모델을 선택하기 힘들어서였다.


결국 소위 '3 계절용 침낭'을 선택했다. 처음엔 험하게 쓸 수 있는 값싼 솜 침낭을 사고 싶었다. 하지만 솜 침낭은 무게가 나가고 압축력이 좋지 않기에 아주 추운 겨울철을 제외하면 여러 국가를 경유하는 데 무난하게 쓸 만하고 압축력이 좋은 650g짜리 구스 침낭을 골랐다.



③ 손수건


손을 씻고 나서는 손수건으로 손을 닦는 습관이 있었기에 매일 샤워할 때 손수건을 비누로 빨아서 다시 썼다. 이렇게 하면 휴지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태양이 낮에 내리쬐는 지역을 통과할 때는 차양 넓은 모자 아래에 손수건을 펼쳐서 얼굴 가리개로 활용했다. 얼굴이 타지 않기 위한 미용 목적도 있겠지만 햇빛이 작열할 때 열기를 조금이라도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다.



④ 휴대용 수저


비상식량으로 싸 간 컵라면 등을 먹을 때, 위생 상태가 의심스러운 식기를 사용하기 껄끄러울 때 내 수저를 활용했다.



⑤ 헤드렌턴


이미지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의의로 쓸모가 많다. 아프리카를 구경할 때면 꼭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야외에서 숙박하는 투어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칡흙 같은 어둠을 뚫고 야외 화장실에 갈 때면 빛이 필요하다.


또한 갑자기 숙소나 열차 등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단전이 되면 나도 모르게 헤드렌턴을 끄집어냈다. 이런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겠냐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배낭여행 중에는 실제로 이런 일을 종종 겪었다. 아프리카에서는 전력 상황이 좋지 못한 경우가 꽤 많다.


요즘 같은 시대에 휴대폰 손전등을 켜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헤드렌턴이 필요한 대자연 속에서 관광할 때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대느라 휴대폰 배터리를 아껴야 할 경우가 많다. 전기가 부족한 환경이니 내 전자기기를 그때그때 충전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휴대폰 손전등을 이용할 경우 한 손은 자유롭지 못하지만 헤드렌턴을 사용하면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⑥ 텀블러


이미지 출처: pixabay.com


물론 현지에서 생수를 사 먹으면 자연히 플라스틱 생수병을 쓰게 된다. 그런데 이집트처럼 무더위가 심한 지역을 여행할 때면 차가운 생수가 자주 그리워진다.


‘미지근한 걸 넘어서 금방 따뜻해지네..?! 아, 찬물 먹고 싶어..;;;;;;’


야외 활동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살인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더위를 식힐 만한 찬물 한 모금이 간절할 때가 많다. 이때마다 텀블러에 미리 쟁여둔 찬 생수를 아껴 먹었다.


반대로 추운 날씨를 견뎌야 할 때도 텀블러를 알차게 활용했다. 나미비아 사막 투어 때나 세렝게티 및 응고릉고르 국립공원 내에서 숙박 및 식사를 할 때 의외로 진짜 춥다. 뜨끈한 물 한 통이 있으면 몸을 녹일 수 있으니 마음도 든든했다.


참고로 내 경우 뚜껑을 컵으로 쓸 수 있는 야외 활동용 텀블러를 준비했다.



⑦ 파스


파스는 상비약으로 분류 가능하니 별도로 적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이걸 현지인에게 선물용으로도 쓸 줄은 예상 못했다. 무릎 관절이 안 좋은 잠비아 현지 사람과 친해진 후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내가 갖고 있던 파스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또한 내가 킬리만자로 등반을 할 때도 어깨와 허리에 붙이는 등 유용하게 썼다. 더운 나라에서 살다가 등반 도중 찬 기후 적응에 실패해서 발과 무릎 관절이 시린 통증을 경험하는 인도인에게도 우리나라 파스를 나누어 주었다. 그 결과 넉넉히 가져간 파스는 남김없이 다 썼다.



⑧ 모기퇴치제


DEET 성분으로 된 야외 활동용 모기퇴치제를 추천한다. 제품 검색을 해보면 몸에 해롭지 않은 천연 성분으로 만든 제품 등 요즘은 여러 모기퇴치제들이 많다. 다만 DEET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내가 알기론 지속 시간과 퇴치력이 가장 강하다. 모기퇴치제를 사용하는 목적은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다.



⑨  속옷 빨래망


왼쪽 상단에 원형 고리가 달려 있다


요런 걸 다이소에서 판다. 철로 된 원형 틀이 있는 빨래망이다. 이런 틀 한쪽 끝에는 자그마한 원형 천 고리가 달려 있다.


배낭 무게를 줄이려면 여행자는 옷을 많이 가져갈 수가 없다. 숙소에서 매일 속옷이나 반팔 옷 정도는 빨아서 다음날 입었다. 만일 옷이 마를 만한 시간이 부족한 경우엔 빨래망에 담아서 갖고 다녔다.


빨래망에 저렇게 천으로 된 원형 고리가 달려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여러 숙소를 전전하다 보면 샤워 장소에 소지품 등을 놓아둘 받침대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저 빨래망을 샤워 장소 어딘가에 고리를 걸 수 있는 지점에 걸어두고 유용하게 사용했다. 세면도구, 작은 소지품, 혹은 방금 손빨래를 마친 속옷 등을 집어넣으면 다른 곳에 놓아두는 것보다 위생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빨래망 자체도 손빨래를 할 수 있고 금방 마른다.



⑩ 진동 군인시계



엄밀히 말하면 캠핑용 시계인데 요즘은 군 입대 예정자들이 기상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구입하는 필수품으로 알고 있다. 인터넷에서 '군인시계' 등으로 검색하면 인기 브랜드를 금방 알 수 있다.


사실 시계는 적을까 말까 하다가 일단 적는다. 난 한 번 잠을 자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잠보'다. 때문에 안 그래도 새벽 비행기나 버스를 타야 하는 빡빡한 여행 일정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스스로를 믿을 수 없었다. 충분히 큰 알람 소리가 나는 시계가 절실했기에 처음에는 여행용 아날로그 미니 알람 시계를 미친 듯이 검색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상품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 대안으로 이걸 샀다.


결과적으로 보면 꽤 잘 활용했다. 사실 알람 진동이 내가 기대한 만큼 세지는 않았고 진동 지속 시간도 좀 짧았다. 다만 이건 내 주관적 기준이다. 야간에는 특정 버튼을 누르면 시계 화면이 밝아져서 보기 편했다. 사실 여행 중에는 이 시계 덕분에 제때 일어난 게 아니다. 정신적 긴장도가 높으니 그냥 저절로 눈이 떠졌다.  


사실 내가 유심(USIM)을 구입하지 못했을 때 국가 이동 시 시간대가 바뀌면 급한 대로 스마트폰 시간이 아닌 이 손목시계에 의지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새로운 국가로 입국해도 도착 시간대가 너무 이르거나 늦으면 유심을 못 사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나처럼 비행기를 많이 타야 할 때는 짐 검색을 할 때마다 이런 전자 기기는 항상 풀어서 검색대를 통과시켜야 하므로 좀 귀찮은 면도 있다.  



⑪ 망원경


사파리에서 동물 구경을 하려면 필수 품목이다.



⑫ 밝은 색 & 얇은 긴팔 남방




이런 옷을 입으면 태양 아래서도 웃을 수 있다..?! (사진 출처 : Unsplash의 Bacila Vlad)


사막 지대에 사는 사람들이 왜 이런 전통옷을 입고 다니는지 이번에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낮에 이집트 피라미드 같은 사막 지역을 구경하다 보면 이러다 정말  죽을  같다는 상상이 든다. 그만큼 뜨겁다. 이런 지역에 있는 관광지는  새벽 6시부터 입장이 가능한지도 이해가 되었다. 이런 유적지에 가고 싶을  태양이 본격적으로 강해지기  이른 아침에 구경하는  시원해서 훨씬 좋았다. 한낮에 구경을  거라면 긴팔 얇은 남방을 하나 챙겨가자.






배낭 무게는 가벼울수록 여행을 더 즐길 수 있다. 위 물품들은 내 배낭여행 방식 상 유용했던 준비물이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굳이 필요 없는 물건일지도 모른다. 난 Notion 앱을 이용해서 필요한 물품 목록, 판매처 링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서 가격 비교 시 참고했다. 먼 곳을 떠나는 준비 과정이니만큼 천천히 나만의 물품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자.






* 이 글은 뉴스 앱 '헤드라잇' [나 혼자 잠보! 아프리카 배낭여행] 2023.09.03 콘텐츠로 발행되었습니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Y5VzUASrmIM7qetCRvXuqA==?uid=743e351dfb3f41898a3018d22148c7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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