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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광선 Sep 27. 2023

나미비아에서 쉽게 택시 타려면, 최애 숙소를 추천한다면

나 혼자 잠보! 아프리카 배낭여행-11

오늘은 스와트문트(Swakopmund)에서 빈트후크 공항 근처 숙소까지 하루종일 이동하는 날이다. 이 길은 무려 포장도로다..! 약 5시간 정도 걸렸고, 개인 셔틀 택시 요금은 NAD 1100(한화 약 78,000원) 정도였다.


2차선 도로를 쭉 달리며 또다시 나미비아 자연을 구경했다. 소형차 때문에 막히는 일은 거의 없지만 대형 트럭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차량 속도가 느려진다. 왜 차선을 이렇게밖에 안 만들었는지 기사분께 물어보자 처음에 차도를 만들 땐 이렇게 길이 막힐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뒤늦게 자원 채굴 산업(mining industry)이 활발해지며 이렇게 도로 위를 대형 트럭들이 차지하게 되었다는 거다.


이러니 많은 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추월을 한다. 상·하행 차선이 각각 하나뿐이니 추월을 하려면 중앙선을 넘을 수 밖엔 없다. 안 그러면 엄청난 짐 무게 덕분에 속도를 못 내는 대형 트럭을 졸졸 쫓아가게 된다. 빠르게 달리다가 갑자기 30-40km 내외 정도로 속도가 느려지는 꼴이다. 심심치 않게 대형 트럭을 마주하면 기사분은 노련한 솜씨로 추월을 했다.



나미비아
택시 & 셔틀버스 회사


LEFA 회사 어플리케이션 화면 캡쳐


나미비아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 간 이동 시 택시나 렌터카를 이용해야 한다. 2023년 기준으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택시 및 셔틀버스 회사는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확인해 보면 된다. 회사마다 서비스 지역은 차이가 있다. 워낙 국토가 넓고, 사막이나 국립공원 등 자연의 제약이 있어서다. 따라서 내가 이동하려는 지역에서 영업하는 회사를 찾아보면 된다.


위 링크에 나온 회사 중 1위는 'LEFA Transportation Services'이다. 내 경우 이 회사 앱을 아이폰에 설치한 후 어딘가로 이동할 때 택시 요금을 가늠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요금 바가지를 쓰지 않기 위해서였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다운로드가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LEFA 앱은 마치 우버(Uber) 앱처럼 예약 없이 실시간으로 특정 지점을 이동하고 싶을 때 이용 가능한 택시와 예상 요금을 바로 조회할 수 있다.


내 경우엔 오늘을 위해 'GO2'라는 회사 홈페이지에서 개인용 차량 이동 서비스를 예약해 놓았다. 트립 어드바이저에선 상위권에 나온 회사 이름은 아니지만 이 회사는 온라인 카드 결제가 가능했기에 선택했다. 내가 여자 혼자라서 그런지 생전 처음 만난 운전기사님이지만 목적지에 도착한 후 숙소 직원에게 날 잘 신경 써주라고 당부해주기도 했다. 저절로 나도 모르게 기사님과 포옹하며 긴 시간 데려다주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이 회사에서는 팁(Tip) 없이 정확히 계약한 금액 그대로 요금을 받았다.


GO2 회사 홈페이지 캡처






관광객만 보면
구걸하는 현지인



관광객들은 스와콥문트에서 샌드위치 하버(Sandwich Harbour)왈비스 베이(Walvis Bay)를 오가는 투어를 즐긴다. 하프 데이 투어, 혹은 풀 데이 투어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스와콥문트가 나름 액티비티 성지로 알려져 있고, 투어를 이용하면 쿼드 바이크, 샌드 보딩, 스카이 다이빙 등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다 재꼈다. 그 유명한 샌드위치 사막을 못 보는 게 아쉽긴 하지만 사막 구경은 할 만큼 했고, 아무리 드라이빙 액티비티를 따로 하더라도 사막을 기어오르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사막 걷기가 얼마나 체력 소모가 큰 지 이전 투어에서 뼈저리게 체험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이거 외엔 플라멩코가 노니는 해변을 거니는 정도가 구경거리다.




스와콥문트와는 인연이 아닌가 보다. 어제와는 달리 새벽녘부터 찬 비가 꽤 많이 내린다. 여긴 겨울철인데 비도 오니 더더욱 춥다. 7-8월에 내가 여행하려는 지역은 건기라는 걸 철석같이 믿고 배낭 무게를 1g이라도 줄이려고 한국에서 우산도 챙겨 오지 않았다. 하늘이 안 도와주니 이걸 어쩐다..? 그냥 하늘을 쳐다보면서 체크아웃 시간인 10시까지만이라도 비가 그치길 기다릴 뿐이다.


너무 흐린 날씨라 해변을 구경할 의욕도 없었지만 셔틀 서비스 시간인 1시까지는 아무것도 할 게 없었기에 바닷가로 갔다. 다행히 비는 조금 그쳤고 해변 의자가 보였기에 자리에 앉아 멍 때리기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큰 배낭과 보조 배낭까지 몸통 앞뒤로 2개를 짊어지니 "난 관광객입니다"를 인증한 상태라 더더욱 주변을 경계했다.


대부분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날 그림자 보듯 지나치던 와중에 어떤 흑인이 나보고 자꾸 중국인이냐고 말을 건다. 난 중국인이 아니라고 하니 어느덧 그 인간은 내 옆에 앉아 자기 가정사를 늘어놓는다. 자기 딸이 15살이고 원래 코로나 이전에는 lavatory engineer이었다고 하는데 믿을 수가 없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서로 나눈 다음, 자신이 들고 있는 키링을 보여주면서 자기가 직접 만든 거라고, 나보고 100달러에 사지 않겠냐고 한다. 누구를 뭘로 보고 이런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를 하는 건지. 내가 단칼에 거절하자 20달러에 사서 친구한테 선물로 주면 어떠냐고 한다.


이렇게까지 티 나게
바가지 가격임을 인증하다니,
돈벌이가 절실하구나.


새삼 느꼈다. 여기에선 단 하루만 지내더라도 독일인 계열 백인과 흑인이 어떤 직업군으로 나뉘는지가 잘 보인다. 슈퍼마켓 등 상점이나 시내 거리를 관찰해 보면 흑인들은 청소부 등 주로 블루 칼라 노동자들이다. 시내에 사는 일부 흑인들은 옷이나 장신구가 비싸 보이고 유럽식 매너가 몸에 배었다. 마치 '피부색이 까만 백인'이랄까. 하지만 교외로 나가면 돈 없는 서민층 흑인들이 사는 거주 구역이 따로 있다.


스와콥문트는 나미비아에서 물가가 비싼 도시다. 유럽인들이 정착해서 그런지, 혹은 항구를 기반으로 한 무역 거점 도시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독일이 식민지로 나미비아를 지배하던 시절, 이곳에 항구를 건설하고 정착한 탓에 거리에선 지금도 현지 백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면 거의 서울 물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 사는 나미비아 현지인들은 웬만한 경제적 기반이 없다면 살기 힘들 것 같다. 빈트후크 거리에서 떠들썩하게 관광객들을 쫓아다니며 호객을 하는 나미비아인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곳은

작은 사파리인가?!




사실  글을 쓰는 이유는 숙소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숙소가 나미비아에서 내가 경험한 최고의 숙소 때문이다. 이곳 이름은 Etango Ranch Guest Farm, 빈트후크 호세아 쿠타코 국제공항(Windhoek Hosea Kutako International Airport) 차로 불과 5-7 거리다.


여기에 도착하니 내가 여기를 이용한 첫 '남한 사람'이라고 한다. 숙소 근처에 진입하는 도로에서부터 나미비아를 대표하는 동물 오릭스(Oryx) 등 네 발 동물들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게 보인다. 마치 저렴한 요금으로 사파리 속 비싼 롯지를 이용하는 느낌이다. 숙박비는 NAD 875.28(한화 약 62,000원). 이 요금에 유럽식 코스로 나오는 저녁과 아침식사까지 준다. 다음 날 공항까지 drop-off  차량 이용료는 NAD 120(한화 약 8,500원)이다. 구글 맵으로 보았을 때 숙소에서 공항까지 도보로는 35분 정도 되는 거리다. 숙소 위치를 보고 단순히 걸어갈 만한 거리라는 이유 때문에 예약한 건데 자연 속에 들어온 느낌이니 숨통이 트인다. 단연코 추천하고픈 숙소이다.


여기에서 정식 코스로 저녁을 먹을 땐 음료수를 뭘로 할 거냐고 직원이 물어본다. 난 레드와인을 한 잔 주문했는데 NAD 85가 나왔다. 아무것도 안 먹겠다고 하고 미리 챙겨간 생수를 따로 먹으려다가 코스 식사에 와인이 없으니 섭섭해서 그냥 주문했다. NAD 85 (레드와인) + NAD 120(공항까지 교통비) = NAD 205인데 내가 동전이 없어서 난처해하자 그건 괜찮다고, 여기에선 NAD 200만 받았다. 아마도 나미비아 동전은 너무나 돈 가치가 없기 때문이리라.


식사 중 숙소 주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내가 아이패드를 식탁에 챙겨갔더니 주인아저씨는 화면에 보이는 한글을 신기해했다. 나보고 한 번 소리 내어 읽어보라고도 하기에 한글 말이 어떻게 들리는지 아무 구절이나 읽어주기도 했다. 내 아이패드도 만져보고 싶어 했다. 동양인을 처음 보는 건지 내 얼굴도 뚫어지게 쳐다보길래 진짜 내가 낯선 곳에 여행 온 게 실감 났다.



도난 걱정에
개꿈까지



어제 내 아이패드에 감탄하던 숙소 주인이 침대 위에 놓아둔 아이패드를 훔치는 꿈을 꾸었다. 그가 내 침대 위 이불을 까뒤집어서 비몽사몽 잠든 내 옆에 있는 기계를 가져가는 내용이었다. 물론 개꿈이다. 이 아저씨는 나와 재미있게 대화도 하고 날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인데 너무나 이 전자기기를 신기하게 보았기에 무의식적으로 경계심이 발동했나 보다.


오늘 제대로 내가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로 긴장이 풀린 상태였기 때문에 어젯밤엔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나도 모르게 곯아떨어졌는데 새벽 3시쯤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 4시쯤 또 마시고, 사진처럼 숙소에서 제공한 1리터쯤 되는 레몬수도 다 마셨다. 전날 저녁에 레드와인 1잔을 마시고 배낭 짐을 줄인다는 핑계로 내가 따로 갖고 왔던 맥주 2캔도 다 마셔버려 조갈이 나기도 했지만, 나미비아는 정말 너무나 건조하다.





나라 이름 그대로 사막의 나라인 나미비아. 여기에선 물가가 높은 스와콥문트를 제외하곤 모두 좋은 기억뿐이다. 사람들이 다 미소가 많고 친절하다. 일처리는 아직 디지털화되지 않은 아날로그식이지만 그래서 사람끼리 접촉이 많다. 그게 참 좋다.



참고) 남은 나미비아 달러를 빈트후크 공항에서 미국 달러로 환전하려 하니 수수료를 너무 많이 떼어간다. 하지만 인근이 허허벌판인 공항에선 어디 다른 데 환전할 데도 없다. 가급적 빈트후크 시내에서 환전 수수료가 저렴한 곳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https://headla.it/articles/Y-zJjYo4_lKC94ZSVtXy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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