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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광선 Oct 08. 2023

잠비아 버스 & 화장실 지옥 체험기

걷고 타고 30일, 아프리카 - 11

많은 여행자들은 잠비아에서 리빙스톤과 루사카를 방문한다. 그 유명한 빅토리아 폭포(Victoria Falls)가 있는 리빙스톤, 수도이자 교통 거점인 루사카. 이 두 도시를 오고 가는 주요 대중교통은 버스이다.


그런데 왜 현지 버스 회사에선 관광객에게 실제로 걸리는 시간을 팍팍 줄여서 말할까? 결국엔 버스표를 팔려고 이렇게 둘러대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드는 데엔 합리적 이유가 있다. 리빙스톤 시내 버스터미널엔 여러 버스 회사 사무실이 있다. 다들 삐끼들을 써서 자기네 버스가 더 시설이 좋고 빨리 잘 간다고 유혹을 한다. 그러니 길이 막히면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하는 법이 없다. 버스 회사들끼리 경쟁을 하기 때문에 운행 시간을 잘 지키고 차도 깨끗한 업체들은 현지인들에게 소문이 난다.


리빙스톤(Livingstone)에서 루사카(Lusaka)까지 버스 직원들은 6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뻥이다. 이들은 차가 전혀 막히지 않을 때 걸리는 이상적인 시간을 말한다. 버스 옆자리에 앉은 현지인에게 직접 묻기 전에는 그 누구도 실제 소요 시간을 말해주지 않았다. 이 아줌마는 내게 한숨을 쉬면서 9시간 정도라고 말해 주었다. 결국 그녀 말이 맞았다.



버스 외벽엔 말끔히 페인트 칠이 되어 있어서 새 버스인가 했지만 내부로 들어오니 예상은 틀렸다. 창틀마다 꾀죄죄한 먼지가 빼곡하고 좌석은 등받이가 젖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외국에서 중고 버스를 수입해서 개조한 게 아닐까. 또한 버스 창틀을 아무리 깨끗하게 닦아보았자 소용없겠다 싶었다. 창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버스가 달리면 거리 속 먼지들이 그대로 차 안에 들어온다. 내 몸뚱이부터 소복이 먼지 샤워를 하게 되는 셈이다.


아프리카 내 많은 나라들은 차로가 2차선이다. 예산이 별로 없으니 이렇게 밖에 공사를 안 한 건지도 모르겠다. 포장도로라 해도 달리면 울퉁불퉁한 굴곡에서 오는 진동이 느껴진다. 만약 내가 탄 차 앞에 육중한 트럭이라도 슬슬 기어가듯 지나가면 꼼짝없이 뒤를 따라가거나, 중앙선 추월을 해야 한다. 그래서 현지 도로에서는 그냥 모든 차들이 추월을 한다고 보면 된다. 처음에는 버스나 택시를 탈 때 기사가 추월을 하면 긴장도 되었지만 나도 슬슬 익숙해졌다.


이렇게 추월을 해도 차선이 워낙 부족해서인지 길 위엔 차가 많다. 그러니 생각보다 속도를 내는 게 더 힘들다. 내 경우 오전 7시 버스를 탔고, 결국 리빙스톤에서 루사카까지 9시간 정도 걸렸다. 이런 식으로 수많은 중앙선 추월을 해내면서 달린 주행 시간이다.


잠비아에서 어디든 장거리 버스로 이동하려면 그냥 새벽 첫차를 타자. 동트기 전엔 덜 덥다. 차도 덜 먹히니 도착 예상 시간을 보다 더 잘 맞출 수 있다.



무더위 속
버스 지옥


 이렇게 열댓명이 어둠 속에서 불빛 아래 차 가까이 몰려든다


택시로 버스 터미널에 거의 도착할 때면 건물 근처엔 모닥불들이 여러 개 피어 있다. 불 근처엔 반짝이는 눈빛을 한 수많은 삐끼들이 어둠 속에서 불을 쬐는 중이다. 이들은 승객이 탄 차가 건물 로비에 진입하면 함께 차 속도에 맞추어 차를 에워싸며 달린다. 그리곤 전후좌우로 차벽을 손으로 무슨 타악기 두들기듯 마구 두드려댄다. 목청을 높여 신나게 현지어로 추임새를 넣으면서. 이들은 새벽에도 신이 나 있다. 도대체 잠은 자는 걸까..?


새삼스레 아프리카 인들의 강철 체력이 신기해지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차 문이 열리면 이들은 내 짐을 서로 나눠 짊어지려고 난리다. 처음에 내 차가 이런 순서를 거칠 땐 이들이 무슨 택시 강도단인 줄 알았다. 갑자기 이들에게 둘러싸이면 정신이 없어진다. 그런데 막상 내가 버스에 탄 후 높은 창가 위치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이들은 계속 승객이 탄 차가 도착하면 이런 세리머니를 했다. 짐을 나눠서 들어주면 팁이라도 얻을까 해서 그러는지, 아니면 이들이 정식 버스 회사 직원이고 원래 일하는 방식이 이리도 흥겨운지, 지금도 도통 모르겠다.


나도 실제 출발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여유 있게 일찍 도착했지만 나보다 먼저 온 승객들도 몇몇 있었다. 일찍 차를 탈 수록 원하는 좌석에 앉을 확률이 높아지는 법이다. 출발 시간이 다가올수록 내부는 승객들로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버스는 정시에 출발했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건 버스 안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흥겨운 음악이었다. 소위 아프리카풍 인기 노래라고 해야 하나. 출발 후부터는 쉼 없이 계속 신나는 음악이 버스 안에 울려 퍼졌다. 또한 간간히 버스 기사 옆 보조 좌석에 앉은 버스 회사 직원이 손님들에게 뭐라고 말을 해댄다. 이런 식으로 현지 유행가로 짐작되는 노래들, 혹은 CCM 스타일 노래들이 끝도 없이 울려 퍼진다.


버스에서 화장실을 참으며 꼼짝없이 갇혀 있는 동안은 지옥이었다. 일단 자리를 잡을 때부터 운이 안 따랐다. 해가 쨍 비치는 창가 좌석을 잡아 버렸다. 버스 아래 짐 칸이 열릴 때 짐 도둑이 있나 감시를 하기 위해서 창가를 원하긴 했는데.. 이럴 수가.



중간중간 버스는 많은 정류소에 정차했다. 이때마다 난 혹시라도 누가 짐 칸에서 짐을 빼낼 때 내 걸 가져가나 감시하려고 나름 창가로 자리를 잡았던 거였다. 여기에선 짐 표(Baggage Tag) 같은 건 기대하면 안 된다.

결과적으로 이런 필요까진 없었다. 하지만 버스 안엔 에어컨이라곤 없었고, 푹푹 찌는 무더위에 아기는 울고.. 시간이 흐를수록 웬만한 더위는 잘 견디는 현지인들도 지쳐가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지 주민들은 나무로 노점을 만들어서 버스가 잠시 정차할 때마다 창문을 통해 과일이나 군것질 거리, 옥수수 등을 판다. 그리고 사람들은 먹고 남은 쓰레기들을 그냥 창문 밖으로 던져버린다. 이런 식으로 거리엔 쓰레기들이 넘쳐난다. 쓰레기통 같은 건 없다.




가끔 규모가 큰 정류장에 멈출 때는 플라스틱 바구니에 음료수나 주전부리를 가득 담고 버스 안까지 올라와서 승객들에게 먹거리를 팔기도 했다. 다만 거리에서 즉석으로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위생상태가 의심돼서 사 먹진 않았다.



다음,
화장실 지옥



그 와중에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은 공중 화장실을 절대로 안 가야지! 하고 다짐했건만, 뱃속 시계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독촉을 해댔다.


결국 3콰차를 내고 들어간 화장실은 악몽 그 자체였다. 문을 닫지도 않고 용변을 보는 아주머니, 볼일을 본 물이 내려가지 않은 채 장기간 방치된 게 분명한 변기, 그것도 엉덩이 받침이 없는 수세식 변기, 당연히 손 씻을 세면기도 없는 곳. 혼잣말로 육두문자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왜 난 여기에
돈을 내고 들어왔는가..

이 인간들은 돈을 받았으면
화장실을 청소해야지,
왜 돈만 받아 x 먹고..
물이 그만큼 비싸다는 건가..


그런데도 필요한 사람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여길 이용 해야만 한다. (자세한 설명도, 실제 내 입에서 나온 욕도 생략한다.) 이 시설에 경악한 후엔 두 번 다시 화장실엔 안 가려고 물을 극도로 아껴 마셨다.




유심(USIM)이
안 터질 수도



겨우 루사카 터미널에 내린 후 유심을 사서 끼우려 하니, 관광객을 둘러싼 삐끼 인파를 뚫느라 코앞 터미널 건물 안에 있는 유심 가게를 찾는 데도 지친 몸을 이끌고 헤매야 했다. 게다가 인터넷 네트워크 상태가 안 좋다 보니 겨우 찾은 유심 가게 직원이 유심을 등록하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가게 직원은 한 30분을 씨름해 가며 겨우 내 아이폰을 개통시켜 주었다. 내게 미안했던지 원래 50콰차에서 10콰차를 깎아 주었다.



기차표 구입을 위해,

타자라 하우스로!



벌써 4시가 훌쩍 넘었기에 마음이 급해졌다. 사전 예약해 둔 타자라 기차표를 구입하려면 5시 전까지 열차표를 파는 사무실에 도착해야 한다. 바로 터미널 옆에 있는  타자라 하우스로 직행. 워낙 방향치다 보니 구글맵을 보려고 우선 유심을 끼웠건만, 나 같은 길치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겨우 건물을 찾아 표 값을 지불하고 그토록 바라던 급행열차 1등석 아랫 침대칸 좌석표를 구했다.




잠비아에서부터
모기를 경험하다


루사카 시내 외곽에 있는 숙소는 너무 훌륭했다. 나미비아든 잠비아든, 좋은 숙소는 여행객이 밖에 나가서 치안에 걱정할 필요가 없게끔 자체 식당이나 바(Bar), 정원이나 풀장 등 즐길거리가 내부에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무엇보다 모기장이 있는 침대가 좋았다. 다만 내가 예약한 침대 방 안까지는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질 않았다. 아프리카 여행 중 다른 숙소에서 묶을 때도 이렇게 와이파이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숙소 도착 전 원래 쇼핑 상가인 레비몰(Levi Mall)에서 먹거리를 살 예정이었다. 원래 이곳까지 걸어서 갈 생각이었지만 기차표를 산 후 너무 힘들어서 그냥 택시를 50콰차 주고 이동했다. 그런데 이날 따라 너무나 계산대 줄이 길었다. 겨우 장을 보니 어둠이 시작되는 6시경. 150콰차를 주는 게 돈이 아까웠지만 시내에서 떨어진 숙소를 가려면 어쩔 수 없었다.


오늘따라 저녁에 반팔 원피스를 입고 숙소 안 정원에서 쉬다 보니 모기를 몇 방 물린 게 신경 쓰인다. 모기가 물린 자리에 준비해 왔던 소독약을 우선 발라본다. 아프리카 대륙을 북상할수록 모기가 점점 많아지는 걸 실감한다. 잠비아는 7월 말 겨울철이라도 저녁에 나미비아만큼은 춥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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