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아 Jan 29. 2022

선택받아야만 하는 프리랜서

07. 선택받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통번역사는 크게 인하우스와 프리랜서로 나뉜다. 말 그대로 기업에 소속되어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며 사내에서 요구하는 모든 통번역 작업을 진행하는 인하우스, 안정하지만 본인이 시간을 들여 일하는 만큼 다양한 경력과 그에 준하는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프리랜서.

본인은 처음부터 프리랜서로 통번역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인하우스의 장단점은 주변 동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이 전부지만 다수의 통번역사가 인하우스를 거쳐 프리랜서가 되는 만큼 각각의 장단점은 뚜렷할 것이다.




프리랜서 통번역사의 가장 큰 특징은 매 순간 선택을 받아야만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서비스업이 그렇듯 통번역 업계에서도 일부 업체들은 최저가 경쟁을 하고 있다. 이는 다수의 프리랜서 통번역사 풀을 보유한 에이전트가 고수하고 있는 영업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 통번역업에 뛰어든 이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열악한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통번역 가능 인력이 많은 주류 외국어의 경우는 그 조건이 더욱 터무니없는 경우를 꽤나 지켜보았다)

인하우스 통번역사에게는 퇴사 시에 발급되는 경력 증명서라는 서류가 자기 증명을 위해 주어지지만 프리랜서 통번역사에게 본인이 정리한 작업 이력서가 스스로를 소개하는 유일무이한 수단이 된다. (인하우스 통번역사의 경우도 소속과 주무 부서의 업무체계 등을 이유로 추후 경력 증명서에 통번역직을 직무로 기록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잘 알아보기를) 그래서 작업 이력을 한 줄 더 채우기 위해 그 터무니없는 조건을 수용하고 경력을 쌓는 사람도 허다할 것이다.


어쨌든 작업 이력을 잘 정리하는 것이 프리랜서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칫 바쁘다는 핑계로 업데이트를 미루면 급하게 문의나 의뢰가 들어왔을 때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워낙 다양한 분야를 섭렵할 수밖에 없는 프리랜서는 매 프로젝트를 일일이 저장하고 기록해두지 않으면 이전 작업에 대한 기억마저 희미해지기 일쑤니까 말이다. 인하우스 통번역사의 경우 재직 중에 진행한 모든 통번역 작업 작업 이력에 포함시키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다. 인하우스의 특성상 각 회사의 주력분야가 있을 것이고 그래서 특정 성격의 통번역 작업 이력만 부각될 가능성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랜서로서 스스로를 효과적으로 마케팅하고 부각하기 위해 적절히 활용하면 그 또한 좋은 홍보수단이 될 것이다. 물론 시장이 좁은 만큼 터무니없는 경력 부풀리기는 본인에게 독이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학위 또한 마찬가지다. 통번역학 전공, 각 언어권 문학 전공, 현지 대학(원) 학위, 통번역대학원 학위 등은 실제 업계에서 통번역이 가능한 정도의 외국어 능력을 입증하는 수단이 된다. 이에 준하는 자격을 갖춘 경우에만 법률적으로 공증인을 통해 번역 공증도 받을 수 있고 (심지어 어학 자격증 소지만으로도 법률 공증 사무소에서 해당 번역물에 대한 공증을 해준다.) 실제 통번역사를 고용하는 사기업에서는 제아무리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더라도 경력이 없으면 별도의 테스트와 검증을 수차례 진행해서 프리랜서 통번역사를 고용하거나, 경력이 많은 기타 학력 소지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통번역 관련 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도 프리랜서로 선택받기 위해서는 경력이 필수이고, 그 이외에 외국어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경력이 필수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최초의 경력을 쌓기 위해 많은 초보 통번역사들터무니없는 처우 속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요구받고, 그 과정을 꿋꿋하게 견뎌내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경험에 비추어 그런 상황에 있는 업계의 후발주자들에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실은 당분간 그런 시기를 보내고 나면 합당한 요율제시하고 모든 것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통역사의 아웃핏(outfi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